사설

채 상병 사건을 ‘박정훈 항명’ 규정한 대통령실, 바뀐 게 없다

2024.07.01 18:38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에 대해 “채 상병 사건의 본질은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실 인식이 총선 민의나 민심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해병대 수사단 수사결과가 왜 석연찮게 바뀌었는지, 박정훈 수사단장에겐 왜 항명죄 올가미를 씌웠는지, 수사기록 회수에 대통령실이 왜 그리 깊이 개입해야 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 한다. 이런 근본적 의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무엇을 감추려 ‘항명’을 강변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총선 심판을 받고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실의 불통과 독선이 개탄스럽다.

정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훈 대령이 주장하는 외압은 실체가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의혹 근거로 제기된 ‘800-7070’ 번호 공개 요청엔 “기밀사안”을 이유로 거부했다. 정 실장 말대로 아직 규명되지 못한 채 상병 순직의 실체적 진실과 증거를 가리기 위해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국민은 대통령실이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증거를 은폐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를 넘는 특검 찬성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경찰로 이첩된 수사기록 회수에 대통령실 개입이 확인되고, 윤 대통령이 간여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특검 당위성은 더 커졌다.

이날 운영위는 총선 참패 후 새 진용을 꾸린 대통령실의 22대 국회 첫 출석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채 상병 특검 외에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윤 대통령의 동해 유전 발표와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까지 풀어야 할 의문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 여사 명품백 의혹도 “저열한 정치공작”이라고만 했다. 채 상병 특검도, 김 여사 의혹도 본질은 외면한 채 ‘골대 옮기기’로 일관한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실 모습만 확인한 실망스러운 운영위였다.

대통령실은 국회와의 소통을 전담할 정무장관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도외시하고 불통·독주하는 한 정무장관이 있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KBS·EBS 등 공영방송 3사 임원 교체 절차에 돌입한 것도 방송 장악 폭주 시비를 불러왔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정 운영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국정도 협치도 정상화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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