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겨울…동면이 최상이다”

2023.12.01 20:51

[토요일의 문장] “지루한 겨울…동면이 최상이다”

“길고 지루한 겨울을 어떻게 빨리 감을 수 있을까? 우리는 곰에게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동면이 최상이다. 깨어 있어봐야 넷플릭스나 유튜브 세상에서 헤매다 황폐해지니 차라리 잠 속으로, 꿈속으로 망명하자.”

<겨울 간식집>(읻다) 중


<겨울 간식집>은 뱅쇼, 귤, 다코야키, 만두, 호떡, 유자차 등 겨울 간식을 테마로 한 소설집이다. 작가 여섯 명의 짧은 소설과 겨울에 관한 에세이가 덧붙여 있다.

김성중 작가는 귤도 아니고, 흔히 귤실로 불리는 ‘귤락’을 소재로 썼다. 속초로 휴가온 30대 ‘나’는 우연히 카페에서 “그런데요”라며 말을 거는 20대의 이야기를 듣는다. 언제나 친절한 40대 사장까지. 남자 셋은 귤락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누가 먼저 귤 껍질을 까는지 시합한다. 계속 만날 사람들이 아닌데 이들은 귤락을 까면서 깊은 속내를 나눈다. 이들에게 속초의 카페는 겨울잠을 지내는 동굴 같은 곳이었을 터.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아니 처음 만났으니, 아는 사람에게는 말 못할 속내를 털어놓고 웅크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리라.

김성중은 소설에 이은 ‘겨울(낮)잠’이라는 에세이에서 각자 집에 어두운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라고 한다. 꿈속 이야기를 위해선 꼭 노란 불빛이어야 하고, 그 불빛은 구석기인처럼 바닥에 둬야 한다. 인생이 항상 활기찰 수는 없다. 숨죽이고 침잠할 때도 있다. “이제 웅크릴 시간이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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