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랑받는 ‘글 없는 그림책’…보편적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었죠”

2024.03.26 18:03 입력 2024.03.26 21:50 수정

안데르센상 수상 이수지 그림책 작가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그림책 작가로서의 여정·창작과정 담아

이수지 작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수지 작가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각종 ‘숏폼’들이 시간을 선점하는 오늘날, 한권의 책을 손에 쥐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책의 ‘물성’에 대해 말한다. “디지털 세계에 어떤 것들은 영원히 남을 것 같지만, 사실은 속절없이 사라져요. 책을 쥐고 볼 때는 이 책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손으로 감각하면서 아쉬움, 궁금함 등 총체적인 느낌이 있어요.” 이 작가는 디지털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자유로움 이면에는 ‘경계없음’이 주는 쓸쓸함이 있다고 말했다.

2022년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그림작가 부문)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비룡소)출간 기자간담회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회화전공자였던 작가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상세한 작업노트 등을 풀어낸 창작과정이 담겼다.

책 제목인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물성’으로서의 책, 특히 그림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가는 “소설가들은 책을 쓸 때, 이책의 판형이나 무게, 종이 재질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림책 작가는 모든 것을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특이한 종류의 아티스트다”라고 말했다. 책의 디자인도 ‘만질 수 있는 생각’으로서의 책의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크기도 색도 다양한 여러 책이 펼쳐져 있는 그림 위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이 작가는 “서점에서 책을 발견한 독자가 무당벌레를 한번쯤 쓰다듬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질 수 있는 생각’이라는 제목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초판은 특별히 책등에 실로 묶은 자국이 그대로 노출된 누드제본 형식으로 만들었다.

‘글 없는 그림책’으로도 유명한 그의 작품은 유럽, 영미권, 아시아 등 여러 국가로 수출돼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파도야 놀자>에 등장하는 아이를 이탈리아 독자들은 이탈리아 아이라고 생각하고 일본 독자들은 일본 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그렸나’ 하는 질문도 받았는데 ‘우린 보편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 기뻤어요. ‘글 없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보편성을 극명하게 실험하고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을 홀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꼬집었다. 최근까지도 인터넷 서점 등에서 그림책 작가들은 동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등으로 소개됐다. 이 작가는 “정정요청을 했지만, 그림책 작가는 직업란에 등재돼 있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책에 대한 시각은 어린이를 바라보는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어린이책을 가꾸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국가적 차원의 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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