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출 방송사고’, “인디 전체 매도 안될 말”

2005.07.31 17:36

펑크밴드 카우치의 멤버 2명이 TV 생방송 중 성기를 노출시킨 방송사고와 관련해, 대중음악인들은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태동하여 대중음악의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홍대앞 인디음악씬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디음악씬 전체가 매도당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네티즌들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의 쇼오락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자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럭스’의 퍼포먼스 멤버가 입고 출연한 ‘욱일승천기’티셔츠

‘럭스’의 퍼포먼스 멤버가 입고 출연한 ‘욱일승천기’티셔츠

○…이날 ‘음악캠프’에 출연했던 인디 펑크밴드 ‘럭스(Rux)’는 최근 홍대앞 클럽에서 결성 10주년 공연을 가진 펑크밴드의 대표주자로 알려졌다. 이 밴드를 방송 프로그램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대중음악 평론가 ㅂ씨는 “럭스는 크라잉넛과 비슷한 연륜의 훌륭한 펑크밴드다. 이로 인해 활동이 위축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우치’ 멤버들이 경찰 조사에서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한 데 대해 “클럽에서 옷을 벗는다면 클럽주인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방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펑크밴드 ‘카우치’는 2003년 비정규 싱글앨범을 냈지만 홍대앞 인디씬에서조차 생소한 팀으로 알려졌다.

- 어떤 방송·기업이 인디 돕겠나 -

○…모던록, 펑크,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이 존재하는 홍대앞 인디씬에서 펑크는 가장 과격하고 직설적인 음악으로 분류된다. 한 모던록밴드 관계자는 “펑크밴드 한 팀이 물의를 빚었다고 홍대앞 인디씬 전체를 매도한다면, 여성 가수 하나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고 모든 여가수를 백안시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음악캠프’를 폐지하겠다는 발상도 도둑 맞았다고 집 없애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펑크밴드 관계자는 “이제 어떤 방송 프로듀서나 기업체가 우리와 손잡고 일하려 하겠는가”라고 탄식했다.

- 인디·방송간 불화에서 비롯 -

○…이번 사건은 인디 음악과 지상파 방송 사이의 해묵은 불화에서 비롯됐다는 견해도 있다. 97년 삐삐롱스타킹은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에서 카메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침을 뱉는 등 돌출행동을 했다. 당시 MBC는 사과 명령과 연출자 경고 등의 징계를 받았고, 삐삐롱스타킹도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삐삐롱스타킹 매니저였던 플럭서스 김진석 실장은 “대중들의 취향이 높아져 과거와 같이 무조건 때려부수고 과격한 퍼포먼스를 해서 이목을 끌 수 있는 때는 지났다고 본다”며 “오히려 요즘 밴드들의 문제는 저항정신보다는 고급 악기와 사운드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인디 펑크밴드 ‘럭스’멤버들

인디 펑크밴드 ‘럭스’멤버들

- ‘욱일승천기’ 입고 출연 방기 -

○…‘음악캠프’에 출연한 ‘럭스’의 퍼포먼스 멤버 중 한 명이 일본 극우파 상징물 중 하나인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출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방송 녹화분을 확인해본 결과 이 멤버는 영국의 펑크밴드 ‘더 클래쉬’가 입었던 그래피티셔츠를 입고 출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네티즌은 “평소 특정 상표가 드러난 티셔츠 등을 제재해온 방송사가 욱일승천기를 입은 출연자를 그냥 놔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 제작진 허술한 대응도 문제 -

○…제작진의 허술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럭스 외에 30여명의 출연자가 나왔는데도 이들에 대한 인적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 럭스의 음악이 크라잉넛, 레이지본, 노브레인 등 ‘방송친화적’인 펑크밴드와는 다른 종류의 펑크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점, 노출 장면이 4∼5초 가량이나 지속됐으나 카메라맨이나 주조정실에서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백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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