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특위’ 개점휴업, 의·정 대화는 정지, 환자들은 거리로

2024.07.04 18:15

의·정 갈등 136일째인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은 환자들의 절규로 가득 찼다. 의료계가 단일 창구 마련을 위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했지만, 의·정 대화 물꼬는커녕 평행선이 좁혀질 기미가 없자 보다 못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들이 뙤약볕 아래 앉아 치료를 호소해야 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지난달 2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의대 교수와 전공의, 시도 의사회 등 3인 공동위원장 체제의 ‘올특위’가 구성될 때만 해도 의·정 갈등이 뒤늦게나마 봉합 수순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참여를 거부하고 막말을 일삼는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강한 불신을 드러내는 등 의료계 내부 분열로 2주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은 내부 이견 봉합과 협상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정부 압박용으로 또다시 집단 휴진 카드부터 꺼내들었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지난달 27일부터 개별적으로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진료축소에 나섰다. 이에 따라 수술은 49%, 외래진료는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당초 예고했던 무기한 집단휴진에서 한발 물러섰다고는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을 무기로 삼는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앞으로 고려대병원(12일), 충북대병원(26일)도 줄줄이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결국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날 집회에는 휠체어를 탄 선천성 희소질환 환자부터 유방암·심장병·제1형 당뇨 환자 등 수백명의 환자·보호자가 참석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 도중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한 희귀질환 환자 보호자는 수차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간 딸이 의료공백 탓에 겪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지난 5개월이 마치 50년 같았다”고 울먹였다.

의료붕괴의 책임을 놓고 의·정이 서로 네 탓 공방만 해서는 사태가 해소되지 않는다. 정부는 환자들의 요구대로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정책 추진을 서두르는 한편, 의료계의 요구 중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즉시 행동에 옮겨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의료계도 휴진을 투쟁의 무기로 삼는 것을 멈춰야 한다. 아픈 사람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사회는 더 이상 사회로서 기능할 수 없다.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한 한 환자보호자가 발언 도중 울먹이고 있다. 2024.07.04 /서성일 선임기자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집회’에 참석한 한 환자보호자가 발언 도중 울먹이고 있다. 2024.07.04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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