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삭제할 권리도 있어야…보안 전문가 슈나이어·이효석 박사 대담

2016.06.20 21:31 입력 2016.06.20 21:38 수정

우리에겐 삭제할 권리도 있어야…보안 전문가 슈나이어·이효석 박사 대담

세계적 보안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브루스 슈나이어(53)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업들의 ‘전자 감시’ 문제가 “‘체계적인 관찰’의 형태로 악화되고 있다”며 “페이스북 등 우리가 데이터를 맡겼던 회사들을 상대로 우리가 삭제를 요구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슈나이어는 최근 <당신은 데이터의 주인이 아니다>(반비)를 출간한 후 빅데이터 연구가인 이효석 박사와 나눈 e메일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슈나이어는 미 하버드대 로스쿨 산하 버크만 인터넷사회연구소 연구원이자 전자프런티어재단 이사, 전자개인정보센터 자문위원이다.

다음은 대담 일부다.

- 미국에서는 유럽연합과 달리 기업에 맡긴 개인정보를 이용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보 수집자의 소유로 본다고 했다.

“유럽 국가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광범위하게 보호해주고 있다. 광범위한 법적 보호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시장이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놔둔다면 더욱 더 간섭적인 대량 감시가 이뤄질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프라이버시를 상거래에 종속되는 개념으로 보는 시각이다. 프라이버시는 재산권이 아니라 기본권이어야 한다. 우리에겐 삭제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데이터를 맡긴 회사에 ‘난 떠납니다. 당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지우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당신은 페이스북이 우리의 신뢰를 얻기 위해 친구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인지적 속임수라고 말했다. 이러한 속임수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은.

“뚜렷한 대처방안은 없다.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고객을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그렇다. 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정부의 개입, 간섭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삭제할 권리도 있어야…보안 전문가 슈나이어·이효석 박사 대담

- 애플은 데이터로 돈을 벌지 않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은 이용자의 데이터로 수익을 낸다고 썼다. 애플은 테러범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미 연방수사국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온다고 보는가.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자신들의 마케팅 재료로 사용하며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이용한다. 반면 페이스북과 구글은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를 감시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된 우리의 정보를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감시는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인 데다 감시를 규제하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인터넷의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 책에서 얘기한 ‘정보수탁자’의 개념이 흥미롭다. 정보 분야에서도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직업을 만들자는 것인데.

“현대사회에선 점점 우리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면서 데이터를 보호해줄 이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생활영역에서 전문가가 우리의 아주 사적인 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한다. 이런 ‘정보수탁자’의 등장 여부는 정부가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다국적 기업에 대항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서 정치는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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