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디가드’, ‘파워 보컬’ 여주인공의 독무대…그 시절 히트곡에 묻힌 스토리

2016.12.25 22:03 입력 2016.12.25 22:08 수정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가수 손승연과 이은진(양파), 뮤지컬 배우 정선아(왼쪽부터)가 주인공 레이첼을 맡아 휘트니 휴스턴의 1990년대 히트곡들을 들려준다. CJ E&M 제공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가수 손승연과 이은진(양파), 뮤지컬 배우 정선아(왼쪽부터)가 주인공 레이첼을 맡아 휘트니 휴스턴의 1990년대 히트곡들을 들려준다. CJ E&M 제공

“노래는 너무 좋은데… 왜 몰입이 안 될까.”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보디가드>를 보고 나온 관객들 사이에서 비슷한 평이 들려왔다. <보디가드>는 전설적인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1992년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후 지난 15일부터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연되고 있다.

‘휘트니 휴스턴의 무게감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공연 전부터 관심과 우려를 모았던 <보디가드>를 관람한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보디가드>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감미로운 노래다. ‘올 앳 원스(All at once)’,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 ‘아이 해브 낫싱(I have nothing)’, ‘런 투 유(Run to you)’, ‘세이빙 올 마이 러브(Saving all my love)’ 등 당대 팝 차트를 휩쓴 휴스턴의 노래들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온다. 1980~1990년대 휴스턴의 노래를 좋아한 관객이라면, 공연 내내 속으로 따라부르며 흠뻑 빠질 수 있는 쇼다.

이 노래들을 소화하는 한국 캐스팅 여배우 3인 모두 손색이 없다.

휴스턴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이은진(양파)과 뮤지컬의 최고 디바로 꼽히는 정선아, ‘노래를 너무 잘하는 게 흠’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손승연은 각자의 색으로 주인공 ‘레이첼’의 솔을 표현한다.

그러나 2시간의 공연이 노래 중심으로 펼쳐지다 보니 스토리 라인이 지나치게 압축돼 감정 사이의 논리적 고리가 생략된 부분들이 잦다. 여배우 혼자 15곡을 부르며 사실상 단독으로 극을 이끄는 탓에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크게 줄어 평면적인 캐릭터가 된 데서 비롯된 어색함이다. 영화에서 프랭크가 과묵하고 진지하지만, 인간적인 따뜻함과 직업인으로서의 고뇌가 엿보이는 남자였다면, 뮤지컬에선 지루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로 비춰진다.

원작 영화는 스릴러와 로맨스가 결합돼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뮤지컬에선 추억의 팝을 감상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듯싶다. 공연은 내년 3월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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