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도향, 새 앨범 '인사이드' 발표 “힘 빠진 노새 같나요? 들려주고 싶어요, 늙음에도 행복이 있음을”

2019.07.09 20:26 입력 2019.07.09 22:29 수정

‘바보처럼 살았군요’의 가수 김도향, 새 앨범 ‘인사이드’ 발표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 히트곡과 스크류바, 빠삐코, 써니텐 등의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김도향은 15일 발표되는 마지막 앨범 <Inside(인사이드)>에 대해 “전에 했던 음악들을 모두 모아 용광로에 녹여버리듯 전혀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었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 히트곡과 스크류바, 빠삐코, 써니텐 등의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김도향은 15일 발표되는 마지막 앨범 <Inside(인사이드)>에 대해 “전에 했던 음악들을 모두 모아 용광로에 녹여버리듯 전혀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었다”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늙음은 힘든 것이 아닙니다. 노인이 되면 몸이 왜 느려질까요? 천천히 생각하라는 거예요. 가까운 게 왜 안 보일까요? 멀리 보라는 것이죠. 자연의 이치대로 욕망을 버리고 ‘비움’ 자체를 즐기다 보면 편안하고 행복해집니다.”

싱어송라이터 김도향(74)은 오는 15일 발매되는 새 앨범 <Inside(인사이드)>를 두고 ‘마지막 앨범’인 동시에 ‘새로운 음악 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끝과 시작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늙음은 새롭게 열린 천국이고, 죽음은 또 다른 생의 시작이다. ‘벽오동’ ‘바보처럼 살았군요’ 등 히트곡과 스크류바, 빠삐코, 써니텐 광고 등에서 수없이 많은 광고 음악으로 일찍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장 반열에 오른 그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욕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생각 때문이다. 앨범을 꽉 채운 11곡의 신곡으로 돌아온 김도향을 9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적 ‘재즈 포크’ 장르 창안
요양원이 낭만의 공간 되는 등
노인과 죽음에 대한 통념 깨

타이틀 곡 ‘쓸쓸해서 행복하다’는 늙음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단번에 뒤집는 역설이 담긴 곡이다. “기다리다 난 다 늙어버렸어”라는 허탈한 소회로 시작되는 곡은 이내 “정녕 이대로 떠나야 하나”라는 아쉬움을 거쳐 “내 마음이 텅 비워지니… 쓸쓸해서 난 행복하다”는 결론을 맺는다. 굵직한 재즈 선율 위로 느리게 가사를 읊는 김도향의 목소리는 삶을 통달한 듯 담담하다. 그는 “사람은 진정 외롭고 쓸쓸함을 느낄 때 마음이 제일 고요해진다”면서 “65세 이상의 ‘실버 세대’들에게 내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곧 있으면 실버 세대가 1000만명을 넘긴다고 합니다. 대사건이에요. 그런데 이들 중 다수가 이제는 이루기 힘든 건강과 돈, 쾌락에 대한 욕망 때문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죠. 늙음은 겉보기엔 힘 빠진 노새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보면 세상을 새롭게 보는 지혜와 행복이 있어요. 경제적 결핍과 신체 노화로 불행에 빠져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에게서 ‘올드 앤드 와이즈(Old and Wise)’를 발견하길 바랍니다. 앨범명을 ‘Inside’로 지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앨범을 채운 다른 곡들도 노인의 삶을 일관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요양원을 죽음만 기다리는 곳이 아닌 사랑과 낭만의 공간으로 재해석한 ‘실버 카페’, 죽음을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으로 표현한 ‘굼벵이’ 등이 대표적이다. 늙음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는 이러한 메시지는 비단 실버 세대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는 “젊은 세대 역시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세상에 대한 공포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되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재즈와 포크가 어우러진 독특한 선율, 리듬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김도향은 “한국어 가사를 ‘재즈’라는 서구 장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면서 “이를 위해 재즈의 리듬과 코드를 아주 느리게 펼친 ‘재즈 포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안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서구 음악과 한국어 가사를 어색하지 않게 결합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숙제였다. “옛날엔 TV에서 팝송을 부르려면 1절은 한국어로 개사해야 했어요. 보통 팝의 리듬과 한국어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촌스럽게 들릴 수밖에 없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했던 시간이 이번 앨범에 담겨 있어요. 장르를 새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가사를 쓸 때도 재즈 리듬에 어색하지 않을 단어들을 고심해서 골랐죠.”

1970년 포크 듀오 ‘투코리언스’로 데뷔한 이래, 50년 가까이 지났다. 마지막 앨범을 발매하는 그의 ‘시작’이 새삼 궁금해졌다.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집 바로 옆에 있던 극장 ‘우미관’ 직원이 저를 예쁘게 보시고는 공짜로 영화 볼 기회를 주셨거든요. 이후로 대학 갈 때까지 매일같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레 꿈을 품었죠. 막상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영화감독이 되려고 보니 돈이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그만 카페, 카바레 같은 곳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하도 영화를 많이 봤더니, 영화에 나온 주제가, 경음악들을 다 외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잘한다고 월급을 5만원씩 주시더라고요. 70년대 기준으로 엄청 큰돈이죠. 그때 번 돈이 지금보다 많습니다(웃음).”

“음주가무, 우리 민족 세계 정상
철학 담은 K팝 세계 인기 당연”

그렇게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장’이자 50년째 ‘현역’이 된 김도향. 그는 세계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K팝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한국 음악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사실 음주가무는 우리 민족이 오천년 전부터 세계 정상이었어요(웃음). 하지만 세계를 지배하려면 단순한 감각이 아닌 철학이 들어가야 하죠. 방탄소년단이 ‘Love yourself’를 외치니 세계적 반응이 온 이유입니다. 우리 문화와 음악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현상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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