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 ‘무규격 시대’여 안녕…최초 옷, 신발 규격화

2021.03.23 00:00 입력 2021.03.23 00:11 수정

[오래전 ‘이날’]은 196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3월23일 ‘중구난방 무규격이던 공산품…최초로 규격화 나서’

[오래전 이날] 3월23일 ‘무규격 시대’여 안녕…최초 옷, 신발 규격화

1981년 3월 23일자 경향신문에는 ‘공진청, 기성품 체위(體位) 맞게 규격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통용되는 기성품은 대부분 한국인의 표준 몸 사이즈에 관계 없이 일본인 등 선진국 국민들의 의상 치수를 모방한 ‘무국적’ 제품이었다고 하네요. 거기에 제조업체별로 제품 치수 호칭이나 재는 기준 등이 제각각이라 소비자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옷을 골라야 할지 난감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S사는 8개 호수에 36~43 호칭을 사용하는 반면, D사는 6개 호수에 1~6호칭으로, B사는 40개 호수에 35~44와 S, M, L, XL 사이즈를 혼합해 소비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같은 티셔츠를 판다고 해도 어느 회사는 ‘가슴둘레, 허리둘레, 상의장, 소매길이’를 기준으로 하고, 어느 회사는 ‘등길이, 어깨넓이’를 기준으로 하는 등 재는 부위가 제각각이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치수 표시 방법에 있어서도 일부 회사는 제품을 기준으로 하지만 어떤 회사는 알몸을 기준으로 해서 소비자가 꼼꼼하게 택을 보고 옷을 골라도 몸에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오래전 이날] 3월23일 ‘무규격 시대’여 안녕…최초 옷, 신발 규격화

공업진흥청은 우선 1차 표준치수고시품목으로 신사복상하의, 와이셔츠, 남학생복상하의 등 의류 5개 품목, 가죽구두, 운동화 등 신발류 3개 품목, 학생용 책상 걸상 등 교구류를 포함해 총 10종을 선정했습니다. 1차 선정 품목들은 거래물량이 많고, 유행에 따라 치수 변동이 크지 않은 물품들을 선정했다고 합니다.

토대가 되는 자료는 전년도인 1980년 6월 조사 완료 및 발표된 ‘117개 부위의 국민표준 체위’ 자료입니다. 당시 공진청은 ‘표준화전문위원회’를 두고 약 1년 간 우리나라 국민의 발목, 손목, 키 등 다양한 몸의 부위를 조사해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45개 기성품을 대상으로 표준 규격을 연구 개발해왔다고 합니다.

“이같이 10개 기성품을 표준 치수에 맞춰 생산할 경우 소비자 중 88~100%가 자기 체위에 알맞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격 단순화로 생산성 향상, 자원절약, 재고품 관리 합리화는 물론, 현재 마춤품(맞춤제작품) 가격의 60%를 웃도는 기성품 가격을 선진국 수준인 50%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공진청 당국자는 1차 표준치수고시품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하네요.

물론 품목별로 표준 치수를 만들 때 중점을 둔 부분들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와이셔츠의 경우 가장 중요한 신장, 가슴둘레, 허리둘레 등 신체치수를 기본으로 했습니다. 신장은 160cm에서 시작해 185cm까지 5cm단위로 나누어 6등급제로 나누었고, 가슴둘레는 82cm~104cm까지 3cm 단위로 8등급제, 허리 둘레는 67cm~92cm까지 3cm 단위로 10등급제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목둘레, 화장(뒷목점에서 팔목까지의 길이) 등을 표준화했습니다. 당시 가장 대중적인 표준품은 ‘55호’로 전국민의 약 10%가 입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가죽구두의 경우 발길이를 기본으로 하되 발둘레 사이즈도 표준화해 소비자 선택을 다양화했다고 합니다. 만12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남성의 경우 발길이 195~285mm까지, 여성은 195~255mm까지를 각 5mm 간격으로 등급을 만들었습니다. 발둘레도 대, 중, 소 3가지를 정했습니다.

학생용 책걸상 등 교구류에 대해선 걸상 깊이, 걸상 너비, 등판 높이, 서랍 높이 등을 고려해 각 11개 호수로 등급을 분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장기 학생들의 앉은 자세를 편안히 하는데 중점을 두고 신체 발육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하네요.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각종 생필품은 물론 가구나 옷도 대부분 ‘직접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에 익숙한데요. 이런 공진청의 치수 표준화 작업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쉽게 인터넷으로 옷, 신발 등의 비대면 구매를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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