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넘은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감독 “예스 재팬 아니라 재밌는 걸 즐기는 것”

2023.04.28 16:14 입력 2023.04.30 19:42 수정

‘스즈메의 문단속’ 28일 500만 돌파
“나라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걸 즐긴다고 생각”
“동일본 대지진, 인생 변화시킬만한 큰 사건”
“아이브 I Am 매일 들어”
다음 작품은 재해 아닌 다른 테마로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주)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주)미디어캐슬 제공

“일본 사람들도 요즘 K팝과 K드라마를 많이 보고, 한국에서도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을 많이 보듯이 재미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28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누적 관객수는 이날 오후 4시쯤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500만 관객을 넘은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영화를 만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수 300만명을 넘으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했다. 다시 한국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났다.

신카이 감독은 흥행 소감을 묻자 “일본의 12년전 재해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분들이 즐겁게 봐주실지 자신이 없었다”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를 도리어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정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데 2004년 이후 매년 신작 만들때마다 한국을 찾아왔다”며 “20년 사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았던 적도 있는가 하면 잠시 좋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한국을 찾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 오랜 시간 한국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비롯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잇따라 국내에서 흥행하자 일부 일본 현지 언론은 ‘예스 재팬’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은 이를 두고 “‘예스 재팬’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서로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저항이 전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일본에서 K팝과 K드라마를 많이 보고, 최근에는 한국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을 많이 봐주셨지만 저는 그것이 일본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라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걸 즐겨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카이 감독은 아이브의 팬이라며 ‘I AM’을 매일 듣고 했다고 귀뜸했다. 그가 과거에도 인터뷰에서 여러번 아이브를 언급한 뒤 아이브의 팬 사인이 담긴 앨범을 선물 받았다고 이날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신카이 감독은 영화 흥행의 또다른 이유로 빠른 스토리 전개도 꼽았다. 그는 “인터넷 콘텐츠의 스피드나 템포는 굉장히 빠른데, 그것에 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가 많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다”며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전개가 빠르다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젊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500만 넘은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감독 “예스 재팬 아니라 재밌는 걸 즐기는 것”

이번 영화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자연 재해를 다룬 그의 세번째 작품이다. 그는 왜 계속 자연재해에 주목하게 됐을까. “최근 세 작품은 9년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제가 사는 장소에 대해 그리려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인생에서 변화시킬 만한 큰 사건을 만나게 되는데 제게는 그것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습니다. 직접 피해를 입은 건 아니지만 제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고 12년동안 그 재해를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제 발밑을 바라보고 생각해온 작품을 해외에서도 많이 봐주시는 게 신기합니다. 계속 내면 안을 바라보게 되는 일은 어쩌면 남을 바라보는 것과 이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카이 감독은 실제 일어난 재난을 다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직접적인 묘사는 너무 많이 보여주지 말자’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순간은 묘사하지 않겠다’ ‘동일본 대지진 자체를 그리지 않겠다’ 등이다. 그는 “12년전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상처가 남아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었고, 일본에서 영화관 상영 전에도 지진을 그리고 있다고 미리 주의사항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신카이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재해가 아닌 다른 테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작품도 또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분들이 질려버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아시아에서만큼 크게 히트를 하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영미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신카이 감독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가 만든 손그림을 일반인들이 보러 갈 정도로 많이 퍼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한국에서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영화 결과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했다.

신카이 감독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을 묻자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 등 만화가 원작인 애니메이션이 널리 퍼지고 힘을 얻고 있다”며 “일본 배급사들이 (해외 배급을 위해) 10년이나 15년 정도 계속 노력해왔고, 그 노력이 지금에서야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손그림으로만 그리다보니 시대에 뒤처진다는 평가도 있다”며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과제”라고 했다.

신카이 감독은 그러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르 자체로 힘을 갖는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한국, 중국, 태국 등 아시아에서 발신하는 콘텐츠가 힘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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