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창작뮤지컬 장유정·추민주

2006.01.05 17:33

척박한 국내 창작뮤지컬. 제작자와 투자자는 흥행 실패가 두려워 감히 나서지 못한다. 선뜻 나서는 유명 배우도 없다. 최고의 인기 장르로 부상한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도 스포트라이트와 단물은 대부분 해외 유명 대작에 쏠릴 뿐이다. 이 공허한 빈틈에서 창작 뮤지컬로 무대를 살찌우는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만의 뮤지컬’을 만드는 작지만 강한 ‘손들’. 특히 작가와 연출가를 겸하며 소극장 뮤지컬을 이끌고 있는 여성 파워가 주목된다.

#대학로 ‘여자 장진’

창작 뮤지컬계의 믿음직한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차세대 연출가 장유정(사진 왼쪽)과 추민주. 두 사람은 서로 기댈 수 있는 동지이자 기분좋은 ‘라이벌’이다.

창작 뮤지컬계의 믿음직한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차세대 연출가 장유정(사진 왼쪽)과 추민주. 두 사람은 서로 기댈 수 있는 동지이자 기분좋은 ‘라이벌’이다.

대학로 연우무대가 오랜만에 관객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예약은 했지만 공연시간 앞뒤로 1~2분 내에 도착한 관객이라면 맹추위에 발길을 돌려야 할 판이다. “구겨넣어달라”며 항의해봤자 소용없다. 이미 보조석까지 꽉 찬 상태. 지난 연말부터 매진사례인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덕분이다.

공연 내내 비좁은 조정실에 서서 부지런히 메모하고 있는 젊은 여성. 작가와 연출을 겸한 장유정(30)이다. 잠시 무대 전환으로 나와 있는 배우에게 달려가 몇초간 조언한다. 수많은 화려한 공연들을 제치고 소극장을 찾아온 관객들에게 최상의 작품을 선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장유정은 ‘송산야화’ ‘김종욱찾기’ ‘러브퀼트’ 등 삼국설화를 바탕으로 한 고전부터 미스터리, 멜로코믹물까지 다양한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조선대 국문학과 졸업 후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에서 공부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졸업작품이었던 ‘드레싱 해드릴까요?’의 개정판. 음성 ‘꽃동네’에서 몇달간 봉사하며 경험한 것들이 녹아있다. 관객들의 웃음과 ‘짠한’ 눈물은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의 이야기가 지닌 힘 때문이다.

별명은 ‘여자 장진’. 성공한 대학로 작품이 조만간 그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화화된다. 영화감독 제의도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거절했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영화판으로 옮기지 않겠냐는 것이에요. 장르를 가릴 생각은 없지만 우선은 뮤지컬로 만들고 싶은 얘기들이 더 많아요. 소극장으로 몰려오는 관객들을 보면 힘이 나죠.”

#‘추봉향 밴드’ 리더

추민주(31)는 2월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빨래’ 재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2005년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작사·극본상을 거머쥐었고 창작뮤지컬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빨래’는 가난한 동네 사람들과 서점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인공. 일상에 녹아 있는 삶의 고난과 희망을 담았다.

그동안 발표한 ‘열혈녀자빙허각’ ‘쑥부쟁이’ 등 마당극 뮤지컬도 주목 받았다. ‘열혈녀자빙허각’은 여성실학자가 주인공으로 우리 가락이 담겨 있다. 영남대 국문학과와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을 나온 추민주는 우리 소리에 관심이 많다. 자연히 판소리 등 국악이 자주 작품에 스며든다.

최근엔 ‘추봉향 밴드’를 결성했다. 젊은 판소리꾼 이봉근(23), 국악작곡가인 박미향(23)과 함께 만든 밴드. 2004년 국악뮤지컬 집단 ‘타루’와 판소리뮤지컬 ‘밥만큼만 사랑해’ 등을 작업하면서 알게 된 친분으로 뭉쳤다. 지난달 31일 ‘추봉향 밴드’ 발표회도 가졌다. ‘우리의 일상을 노래와 음악으로 만들자’는 게 모토. 피아노와 해금으로 연주된 ‘이별에게’, 뮤지컬 연습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가사로 옮긴 ‘돌아서면 배고프고’ 등 발표한 노래들은 언젠가 또 뮤지컬로 옮겨질 것이다.

“제 또래 젊은 여성들의 시각에서 쓰고 싶은 얘기들이 많아요. 뮤지컬 관객들이 주로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는 것 같아요. 갈수록 다양한 관객들이 생겨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글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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