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0년 지났어도 제대로 정의 안돼”

2018.04.01 21:49 입력 2018.04.01 21:50 수정

‘레드 헌트’ 조성봉 감독·‘한라산’ 이산하 시인의 만남…“예술·학술적 논의 필요”

이산하 시인(왼쪽)과 조성봉 감독이 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레드 헌트> 1·2편 상영회 후 이어진 시네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이산하 시인(왼쪽)과 조성봉 감독이 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레드 헌트> 1·2편 상영회 후 이어진 시네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5·18 광주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합니다. 4·3은 ‘사건’입니다. 70주년을 맞아 ‘4·3은 대한민국의 역사’라고 하는 말들이 들립니다. 그런데 그 역사에서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정의된 게 없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1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헌트> 1·2편 상영회가 열렸다. 1997년 선보인 영화는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로 규정되기도 했다. 상영 후 이어진 시네토크에는 <레드 헌트>의 조성봉 감독이 참석했다. 그는 7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 4·3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 <한라산>의 작가 이산하 시인도 함께했다. 사회는 영화평론집 <지슬에서 청야까지>를 낸 윤중목 시인이 맡았다.

이 시인은 1997년 부산 남포동에서 <레드 헌트>를 처음 봤을 때 감격해 손뼉을 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한라산>이 나온 1987년만 해도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산자는 죽은 자보다 더 말이 없었다”며 “시집 발간 10년 후 나온 영화엔 피해자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사회 변화는 그 사회 구성원 중 가장 약자가 어떻게 변화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1986년 <한라산> 집필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이 시인은 “여름에 한 출판사 직원을 만났는데, 그가 귀에 대고 내게 ‘4·3을 아느냐’고 물었다”며 “당시만 해도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에서 접한 것이 다였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4·3 관련 저작물들을 접한 그는 큰 충격을 받고 <한라산> 집필에 들어갔다고 했다.

조 감독은 <레드 헌트> 외에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당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투쟁기를 담은 <85호 크레인>, 제주 해군기지 논란을 담은 <구럼비-바람이 분다> 등 사회적 문제를 담은 다큐를 작업해 왔다. 그는 “사회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레드 헌트> 역시 그런 관점에서 시작했다. 일부러 논의가 필요한 문제들을 찾아서 작업한다”고 말했다.

70주년을 맞아 제주 4·3사건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서는 반가움과 함께 아쉬움도 내비쳤다. “2013년 <지슬>이라는 영화의 시도가 있었지만, 보수정권 9년 동안 4·3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많이 움츠러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4·3이 다시 길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이제라도 4·3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정신을 예술적으로 학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