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곡, 뮤지컬과 만나다···5060 관객 부른 ‘첫사랑’

2022.09.05 14:06 입력 2022.09.05 19:50 수정

한국 가곡과 뮤지컬의 만남 ‘첫사랑’

작곡가 김효근 명곡 13곡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

5060세대 예매율 47.5%···“세대통합 뮤지컬”

마포문화재단이 마포아트센터 재개관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 <첫사랑>의 한 장면. 마포문화재단 제공

마포문화재단이 마포아트센터 재개관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 <첫사랑>의 한 장면. 마포문화재단 제공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

세월호 추모곡으로 잘 알려진 노래 ‘내 영혼 바람되어’의 선율이 1004석 대극장에 울려 퍼졌다. 작곡가 김효근의 첫 아트팝 가곡 앨범(2010)에 수록된 이 노래는 창작 뮤지컬 <첫사랑>의 넘버 가운데 하나. 흐릿해져가는 기억 속에서 수십년 전 첫사랑과 재회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엔 관객에게 익숙한 유명 가곡들이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했다.

한국 가곡이 뮤지컬과 만났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첫사랑>은 작곡가 김효근의 가곡 13편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마포문화재단이 2007년 창립 이후 처음 제작에 도전한 창작 뮤지컬로, 2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1004석 대극장으로 탈바꿈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재개관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순수예술인 한국 가곡을 가장 대중적인 공연예술 장르인 뮤지컬에 접목한 것은 상업 프로덕션이 아닌 공공 공연장이 할 수 있는 도전이었다. 스타 마케팅, 수십억원대의 막대한 제작비, 화려한 무대 장치 없는 담백한 스타일의 뮤지컬이었지만 사흘간의 짧은 공연에도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뮤지컬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가곡’이란 독특한 소재에 반응한 것은 주로 중장년층 관객들이었다. 마포문화재단에 따르면 <첫사랑>의 예매자는 50대가 26.3%, 60대 이상이 21.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최고령 예매자는 88세. 다른 연령대에선 30대 19.1%, 40대 18.5%, 20대 13.4%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뮤지컬 시장의 ‘큰손’이라 불리는 주 관객층이 20~30대라는 점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차이다. 인터파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예매자 중 20~30대는 전체의 66.6%를 차지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재관람하는 이른바 ‘회전문 관람’ 역시 20~30대 팬덤이 주도해왔다.

뮤지컬 <첫사랑>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가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과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첫사랑>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가 인생의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순간과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중장년 관객들을 뮤지컬 공연장으로 이끈 것은 가곡의 힘이다. <첫사랑>은 한국 가곡 특유의 서정적인 시어와 선율로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설렜던 순간을 담아낸다.

공연은 조기 치매를 앓는 50대 사진작가 ‘태경’이 대학 학보사 기자였던 젊은 날의 자신과 만나며 1990년대의 명동 거리로 관객들을 소환하는 내용이다. 젊은날 순수했던 첫사랑의 기억과 함께 아련하게 남아 있던 한 곡의 노래를 다시 떠올리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세월호 참사를 위로했던 ‘내 영혼 바람되어’를 비롯해 작곡가 김효근이 아내에게 청혼하기 위해 만든 곡 ‘첫사랑’, 제1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수상작인 ‘눈’, 푸시킨의 시를 노랫말로 작곡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가곡 13곡이 작품을 관통하는 뮤지컬 넘버로 수록됐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연극 <보도지침> <초선의원> 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오세혁 연출과 이진욱 음악감독이 함께 작업했다.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기초문화재단이자 공공 공연장이 제작한 뮤지컬은 뮤지컬 흥행 공식을 따른 요즘 뮤지컬 작품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00여년 역사를 지닌 한국가곡의 매력을 재조명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고민하는 문화재단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첫사랑>의 한 장면. 마포문화재단 제공

뮤지컬 <첫사랑>의 한 장면.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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