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연기로 ‘스님들의 설법 슈스케’

2017.06.01 21:35 입력 2017.06.01 21:39 수정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

1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제1회 설법 대회에 참가한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이 설법하고 있다. 조계종 제공

1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제1회 설법 대회에 참가한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이 설법하고 있다. 조계종 제공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네박자 속에….”

1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때아닌 트로트 반주에 맞춰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곳을 지나던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생사도 있고 번뇌도 있고 보리도 있네/ 한고비 한 경계 꺾어 넘을 때/ 우리의 수행은 깊어/ 울고 웃는 인생사 번개 같은 세상 세상사 모두가 네박자 쿵짝.”

사람 마음속의 번뇌와 이를 깨우칠 진리를 가요 ‘네박자’에 맞춰 가사를 바꿔 부른 청암사 승가대학 명정 스님은 “매 순간 네박자 깨달음으로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조계사에서는 조계종 학인 설법대회가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이 대회의 이름은 ‘설법, 세상을 꽃피우다’로 ‘스님판 슈스케’쯤으로 보면 된다.

‘학인’은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스님으로, 아직 구족계를 받지 않은 사미, 사미니를 일컫는 말이다. 설법(說法)은 부처님의 법을 설하고 전하는 것으로, 조계종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참신하고 다양한 설법의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회를 마련했다.

동국대, 중앙승가대 등 17개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39팀(사미 23팀, 사미니 16팀)이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이 중 12팀이 본선에 올라 실력을 겨뤘다.

학인스님들의 경쟁답게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재기로 무장한 설법이 쏟아졌다. 동화구연처럼 쉽고 친근한 설법이 있는가 하면 콩트처럼 꾸민 설법, 영어설법도 이어졌다. 체코 출신의 휴정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은 자연스러운 우리말 설법으로 관심을 끌었다. 대회에는 각종 영상자료와 음악, 소품도 등장했다.

본선에 오른 12팀 중 7팀이 사미니 스님일 정도로 여풍이 거셌다. 이날 우승은 해인사 승가대학에 재학 중인 금후 스님이 차지했다. 학인스님과 출가를 고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스님의 법문은 내내 객석의 폭소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200배 하고 나니 출가한 지 고작 4시간밖에 안 지난 거예요. 한 270배쯤 했을까. 선배 행자님이 바쁜 일정 때문에 그만해도 된대요. 덕분에 바로 행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분이 안 바빠서 3000배 끝까지 해야 했다면 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진광 스님은 “2014년 염불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외국어 스피치, 토론 대회 등 이색 경연대회를 이어왔다”면서 “그동안 다양한 대회에 참여한 스님들이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는 핵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