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역상징물 태극기 폐기 마땅”

2001.10.04 19:53

“태극기는 우리 민족과 전혀 상관이 없는 주역의 상징물로 폐기돼야 마땅하다”

국립대만대학 철학연구소에서 주역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김상섭씨(부경대 강사)가 태극기에 대해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는 ‘태극기의 정체’(동아시아)란 책을 통해 태극기에 담긴 주역원리가 우리 전통과 무관함을 밝히는 동시에, 구한말 청나라 사신과 영국인 함장 등에 의해 태극기가 국기로 확정되는 과정을 그렸다.

김박사는 “중국 도서역(圖書易)의 선천도(先天圖) 계통 그림이 북송시대에 ‘복희팔괘방위도’(伏羲八卦方位圖)가 됐다가 명대에 ‘고태극도’(古太極圖)로 발전했으며 이것이 구한말 태극기로 변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극기를 구성하는 태극과 음양, 괘가 중국 고대철학사에서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개념이지만 우리 민족의 정서나 정체성과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태극기의 제정과정이다. 국기에 대한 실질적 논의는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 당시 전권부관 김홍집과 청의 사신 마건충 사이에 이뤄졌다. 마건충이 먼저 “흰 바탕에 푸른 구름과 붉은 용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고, 용의 발톱을 4개로 하면 5개인 청의 용기(龍旗)와 구분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김홍집은 홍·청·백이 어우러진 원을 사용한 도식을 건의하고, 마건충은 고태극도를 국기로 할 것을 명했다는 것.

얼마뒤 박영효 등 수신사 일행이 임오군란에 대해 사죄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는 배 안에서 태극기의 문양이 확정된다. 박영효와 영국 영사 애스턴, 영국인 선장 제임스 등이 국기의 모양을 상의하던 중 제임스 선장이 “고태극도는 팔괘의 모양이 조잡하고 그리기 어려우니 사괘만 남겨서 모퉁이에 그리자”고 제안했다.

김박사는 “태극기의 거론, 제안, 결정, 사용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성, 정체성, 상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의 역사적 근거를 밝힌 기성학계에 대해서도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이태진 서울대 교수의 경우 “정조의 위민정치 이념이 담긴 어기(태극팔괘도)가 태극기의 저본(底本)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으나 태극팔괘도는 위민사상과 관련이 없을 뿐더러 정조때가 아니라 고종때 제작됐다는 것이다.

또 청 사신이 1725년쯤 그린 ‘봉사도’(奉仕圖)의 태극그림이 태극기의 원조라는 김원모 단국대 교수의 주장이나 통일신라시대 감은사의 기단석(682년쯤)에 태극도형을 사용했다는 사단법인 대한민국 국기선양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일이 논박했다. 심지어 국기선양회가 고려말 제작됐다고 주장한 태극사괘 범종은 위조품이라고 반박했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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