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 ‘파스타’ 중독

2010.03.01 17:25

여성 시청자 입소문 타고 시청률·관련업체 매출 상승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뒷심이 무섭다. 올해 초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가 일제히 시작할 당시만 해도 <파스타>는 시청률 12%대로 가장 뒤처지게 출발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여심을 사로잡으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20.5%(AGB닐슨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작으로 기대를 모은 SBS <제중원>을 일찌감치 저만큼 따돌렸으며, 초반만 해도 두배나 높은 시청률로 앞서가던 KBS <공부의 신>과 접전을 펼칠 정도로 시청률이 수직상승한 것. 이 같은 호응으로 드라마는 4회가 연장 방송된다. <파스타> 인기의 원동력은 뭘까.

우선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한 입소문의 힘이다.

입소문은 열렬한 지지층을 양산하며 신드롬을 낳고 있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최근 서울 강남, 신촌 등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매출이 부쩍 늘었다. 주인공 유경(공효진)의 파스타로 소개된 ‘알리오 올리오’를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으며, 알리오 올리오를 시판하고 있다는 입간판을 내건 곳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파스타>의 무대가 된 레스토랑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 요리 동호회 카페나 블로그에는 <파스타>에 소개된 파스타 레시피가 앞다퉈 올라오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다음 텔존 등에서는 많은 ‘폐인’(극단적으로 심취한 사람)도 양산되면서 <파스타>의 ‘다음 텔존지수’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텔존지수는 시청률을 비롯해 프로그램 게시판에 방문자들이 남기는 글과 리플 등 네티즌들의 참여도를 근거로 산출되는 지수로, 시청자층의 충성도와 지지율을 감안할 수 있는 지표다. 한 게시판에는 <파스타>에 빠진 시청자들의 증세를 단계별로 소개한 ‘파스타 감염 주의보’도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MBC드라마 ‘파스타’ 중독

생생하면서 볼거리 풍성한 주방과 음식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평론가 김원씨는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직업 중 요리사는 시각적으로 보여줄 것이 많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유리하다”면서 “<대장금> <커피프린스 1호점> <내이름은 김삼순> 등 이전에 방송된 요리 관련 드라마에서도 이 같은 시각적 효과가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파스타>는 주방의 모습에 환상을 덧입히지도 않았다. 막내 요리사는 새벽부터 나와 재료를 손질하고 밤늦게까지 남아 쓰레기 더미를 치워야 하며 주방보조의 월급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하루종일 불 앞에서 프라이팬을 흔들어야 하고 접시와 고성이 오가는 전쟁터 같은 주방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공감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파스타>의 가장 큰 힘은 캐릭터와 톡톡 튀는 대사에서 나오는 재미다. 20~30대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는 이전에 선보인 멜로의 질척거림 대신 경쾌함을 선사한다. 극중 유경은 사장인 김산(알렉스)이 “주방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냐”고 묻자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그냥 일하는 토끼가 사랑도 하는 거 아닌가”하고 받아친다. 이는 <파스타>가 일과 사랑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오던 일반적인 멜로드라마 공식을 따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요리를 놓고 펼쳐지는 경쟁구도, 등장 인물들의 4각 로맨스가 펼쳐지지만 여기에 반칙이나 음모, 배신, 꼼수 등 흔히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는 없다. 오직 실력과 정정당당한 경쟁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주인공인 셰프 최현욱(이선균)과 서유경은 <파스타>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캐릭터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특히 최현욱에게서 매력을 느낀다”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마초적이던 그가 서유경을 통해 여성성을 알아가며 권위적인 모습에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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