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엔초 페라리의 유작 페라리 F40

2011.10.14 15:57 입력 2011.11.04 15:17 수정

이탈리아의 ‘페라리 F40’(Ferrari F40)은 페라리의 설립자인 엔초 안셀모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1898~1988)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카레이서이기도 한 엔초 페라리는 전 세계 자동차 레이스에서 5000회 이상 우승을 차지하며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페라리 F40은 그가 세상을 뜨기 직전인 1987년에 만든 기념작이다. ‘F40’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동차 회사, 페라리 창립 40주년을 기념한 것이다. 페라리 F40은 당초 400대 생산을 목표로 했으나 쏟아지는 주문 물량 때문에 생산을 마친 1992년까지 1310대가 제작됐다.

포르셰 959를 잡기 위해 태어난 페라리 F40 = 페라리 F40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1987년 당시엔 독일 스포츠카의 대명사격인 포르쉐의 포르쉐 959 모델(Porsche 959)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포르쉐 959는 2.8ℓ 수평 대향 6기통 엔진, 450마력의 출력, 최고속도 315㎞/h을 자랑하는 사륜구동 슈퍼카다.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며 스포츠카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 있을 때다. 198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이 차는 페라리 F40이 공개되기 몇 달 전에 양산되기 시작했다. 페라리 F40은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찾아오기 위해, 즉 포르쉐의 959를 따라잡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후륜구동의 2인승 스포츠카인 페라리 F40은 1984년 레이싱카 페라리 288GTO 에볼루치오네(Ferrari 288GTO Evoluzione)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1100㎏ 중량의 페라리 F40이 지닌 V8 엔진은 네 개의 밸브(DOHC)를 가진 8개의 실런더로 구성되며, 배기량은 2936㏄이다. 배기량은 크지 않으나 트윈 터보에 힘입어 478마력(7000rpm)에 최대토크 55㎏·m라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315㎞/h의 포르쉐 959에 앞선 324㎞/h를 기록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 가속 시간은 3.8초였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959를 능가하는 성능을 기록하며 페라리 F40은 1987년 출시 이후 1989년까지 세계 최고속 양산차의 타이틀을 보유한다.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작. 페라리 F40(Ferrari F40)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작. 페라리 F40(Ferrari F40)

피닌파리나, 혁신적 디자인으로 승부 = 시속 324㎞를 내며 포르쉐 959를 제압할 수 있었던 데는 디자인도 큰 몫을 차지했다. 공기역학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앞과 뒤쪽 보닛, 측면과 꼬리 날개는 기존 모델에 비해 보다 날렵해졌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으로 평가받았던 이 디자인은 전면 투영 면적을 줄여 공기 흐름을 극적으로 개선했다. 또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차체 디자인도 고려됐다. 페라리 F40은 F1 그랑프리 등에서 사용하는 오픈휠 레이싱카의 디자인을 차용, 언더 패널과 디퓨저를 통해 차체 밑의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또한 윙과 스포일러로 다운포스를 생성해 주행 안정성을 키웠다.

페라리 F40의 바탕이 된 페라리 288GTO <출처: (cc) Karrmann at Wikipedia>

페라리 F40의 바탕이 된 페라리 288GTO <출처: (cc) Karrmann at Wikipedia>

페라리 F40의 디자인은 페라리의 동반자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인 업체인 피닌파리나가 맡았다. 새롭게 디자인한 차체는 케블러(keblar)와 탄소섬유, 알루미늄 등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확보함은 물론 무게를 대폭 감소시켰다. 앞 유리와 창문은 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카펫과 사운드시스템, 도어핸들은 장착하지 않았다. 항공기 디자인과도 흡사한 부분도 있다. 분사구를 닮은 양쪽의 원형의 리어램프와 조종석을 연상케하는 계기판 등이 그렇다. 운전석은 딱딱한 시트에 가죽을 얹어 만들었으며 차 높이가 속도에 따라 3단계로 조절돼 안정성을 높였다. 주차시엔 지상고가 높아져 승하차시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페라리 F40의 경쟁 상대, 포르쉐 959 <출처: (cc) Damian Morys>

페라리 F40의 경쟁 상대, 포르쉐 959 <출처: (cc) Damian Morys>

‘가장 빠른 차’ ‘페라리 유작’ 등에 기념비적 기록 = 페라리 F40이 세상에 공개될 즈음한 시대적 배경도 눈여겨볼만 하다. 80년대 말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특징은 ‘자동차의 고급화’ 바람이 거셌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자연스레 ‘슈퍼카’로 시선을 돌렸고 독일의 포르쉐나 이탈리아의 페라리도 매력적인 자동차 만들기에 몰두했다. 포르셰 959 등장과 페라리 F40의 등장을 정점으로 슈퍼카 시장은 많은 사람들의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페라리 F40은 출고 당시 차량 가격은 50만 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장 빠른 차’ ‘엔초 페라리의 마지막 작품’ ‘창립 40주년 모델’ 등의 기념비적인 수식어들이 따라다니면서 최근엔 출고가의 몇 배를 호가하고 있다.

페라리 F40의 뒷모습. 방열을 위해 구멍이 뚫린 후면창 바로 아래에 엔진이 설치된다 <출처: (cc) Luke van Grieken>

페라리 F40의 뒷모습. 방열을 위해 구멍이 뚫린 후면창 바로 아래에 엔진이 설치된다 <출처: (cc) Luke van Grieken>

페라리 F40의 실내, 편의장비는 거의 배재됐다.

페라리 F40의 실내, 편의장비는 거의 배재됐다.

페라리 F40은 최고시속 324km/h로 1987~89년간 세계 최고속 양산차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출처 : (cc) Will_ainsworth at wikipedia>

페라리 F40은 최고시속 324km/h로 1987~89년간 세계 최고속 양산차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출처 : (cc) Will_ainsworth at wikipedia>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