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자동차 모터스포츠 대회는 페라리와 포르쉐 등 유럽 메이커들의 독무대였다. 페라리는 특히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르망 24시’(The 24 Hours of Le Mans) 경주대회에서 절대강자였다. 1923년 시작한 르망 24시는 프랑스 르망 인근의 라 샤르트에서 매년 6월 열리는 대표적인 ‘내구 경주’(endurance race) 대회다.

F1 그랑프리가 정해진 트랙을 최단시간에 완주하는 것이라면 르망 24는 24시간 안에 트랙을 얼만큼 많이 완주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 3명의 드라이버들이 교대로 13.629㎞의 트랙을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레이싱을 펼치며 내구성과 스피드를 겨룬다.

포드, 페라리가 휩쓸던 ‘르망 24 경주’에 도전 = 페라리는 이 무대에서 1960년부터 1965년까지 무려 6년 연속 정상을 차지한다. 이때 페라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차가 등장했는데, 바로 포드의 ‘GT 40’ 모델이다.

GT 40은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배기량은 모델에 따라 4.2ℓ, 4.7ℓ, 7ℓ 등이 있다. 배기량은 4736㏄(MarkⅠ)에 최대속도는 4.7ℓ 엔진의 Mark I형은 시속 264㎞, 7.0ℓ 엔진을 단 Mark II형은 시속 320~330㎞에 달한다. 서스펜션은 더블 위시본 형식이며 네 바퀴에 장착된 11.5인치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에 제동력이 좋았다. 디자인은 기존 미국산 자동차와 달리 곡선과 곡면으로 이뤄져 유연하고 우아한 느낌을 전달했으며 미래 지향적 스타일을 자랑했다.

GT 40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포드는 1962년을 전후로 유럽의 르망 24시 경주대회 참여를 본격 타진하게 된다. 포드는 그러나 르망 24시 등의 내구레이스 분야를 잘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기술력에도 심각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엔 기존의 업체와 합작을 타진하게 되는데, 대상이 된 메이커가 당시 르망 24시를 주름잡고 있던 페라리다. 이듬해 5월 헨리 포드 2세를 위시한 포드는 내부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던 페라리의 엔쵸 페라리에 지분 매입을 통한 합작을 제안한다.

하지만 엔쵸 페라리의 자동차 경주에 대한 집념은 남달랐다. 엔쵸 페라리는 합작을 제안한 포드에 몇 가지 쉽지 않은 조건을 내세웠다. 특히 포드가 받아들일 수 없는 힘든 조건이 있었다. 레이싱에 참여한 페라리 차량에 포드 브랜드가 아닌 ‘페라리 브랜드’를 내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고, 페라리의 기술을 등에 업고 르망 24시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려던 포드의 야망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포드에는 막대한 자금과 르망 24시를 제패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포드는 페라리와의 합작 결렬 이후 곧바로 모터스포츠 기술이 가장 뛰어난 영국에 자회사인 포드 어드벤스드 비히클(Ford Advanced Vehicle)을 설립하고 연구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페라리를 잡기 위한 프로젝트 ‘GT 40’ = 포드는 이후 영국에 기반을 둔 업체들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로터스(Lotus)와 쿠퍼(Cooper), 롤라(Lola) 등과 제휴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F1에 집중했던 로터스와 쿠퍼가 아닌 롤라사와 힘을 모으기로 한 포드는 영국 포드의 기술팀장인 영국인 로이 런(Roy Lunn)이 롤라사의 사장이자 기술자인 에릭 브레들리(Eric Broadley)와 합작, GT 40의 모체가 된 ‘롤라 GT’를 제작했다. GT 40은 롤라 GT를 토대로 차체가 낮고 세련된 유선형 디자인으로 변모했다.

1964년 4월 GT 40은 언론을 통해 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차체 중앙에 엔진을 둔 미드십 차량인 GT 40은 전체 높이가 ‘40.5 인치’(1.029m)라고 해서 ‘4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GT’(grand touring)는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고성능 스포츠카를 일컫는다.

GT 40은 구겨진 포드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포드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도 ‘강력함’이었다. 특히 모터스포츠의 강자이자 합작 제의를 거절한 페라리를 넘어서는 것이 존재의 목표처럼 여겨졌다.

그렇다고 GT 40이 출시와 함께 곧바로 두각을 보인 것은 아니다. 출시 몇 주 후 GT 40(MarkⅠ)은 첫 번째 참가한 뉘르부르크링(Nurburgring) 경주와, 처녀 출전한 르망 24시 경주에서 완주에 실패한다.

66년 르망 24시서 날개 편 포드…美 자존심 등극 = 절치부심한 GT 40은 이듬해 7.0ℓ 엔진으로 바꿔달며 비상에 시동을 걸었다. 1966년 6월 GT 40(MarkⅡ)은 마침내 페라리를 제치고 1, 2, 3위를 모두 차지, 미국 레이싱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당시 GT 40 세 대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한 장면은 지금까지도 르망 24시의 역사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때 선두차량은 2번을 단 브루스 맥라렌(Bruce McLaren)과 크리스 에이먼(Chris Amon) 조였다. GT 40은 69년까지 르망 24시의 정상을 차지하며 모터스포츠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다.

미국인들에게 르망 24시 경주의 우승을 안겨준 포드의 GT 40은 포드의 자랑이자 미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기념비적인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GT 40의 4년 연속 르망 24시 우승 이후 이를 기념해 제작된 ‘르망’을 비롯, ‘남과 여’ 등 영화에도 ‘주연급’으로 등장했으며, 포드사 창립 100주년이던 2002년엔 새로운 GT 40 콘셉트카가 공개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포드 GT(Ford GT)라는 이름의 모델을 발매해 4000여대를 생산했다.

**포드 GT 40 제원(MarkⅡ)

엔진 형식 : V8 엔진 / 배기량 : 6997㏄. (MarkⅠ 모델은 4736㏄)
최대출력 : 485bhp@6200rpm / 최대토크 : 475(pt)@4000rpm
제로백 : 4.3초 / 최대속도 : 시속 320-330㎞ / 무게 : 1216㎏ / 전장 X 폭 X 전고 : 4064㎜ X 1778㎜ X 40.5in(1029㎜)
생산국가 : 미국 / 생산년도 : 1964년~196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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