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도로의 터프가이, 닷지 차저

2011.11.04 14:50 입력 2011.11.04 15:18 수정

‘닷지 차저’(Dodge Charger)는 전형적인 미국식 스포츠카다. 최고 속도를 뽐내는 유럽의 스포츠카와 달리 배기량과 가속력에 중점을 둔 ‘머슬카’(Muscle car)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머슬카는 현대에고 계보는 이어지고 있으나, 주로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생산된 고성능 자동차를 말한다. ‘근육질의 자동차’, ‘힘센 자동차’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젊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차량이다.

닷지 차저는 모기업인 크라이슬러가 1960년대 들어 라이벌인 포드의 ‘머스탱’(Mustang), 쉐보레의 카마로(Camaro) 등을 견제하기 위해 제작한 모델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머슬카 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하다. 닷지 차저는 특히 미국 경제 종합지 포춘(Fortune) 선정한 ‘추억의 머슬카’ 등에 뽑힐 만큼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 머스탱·카마로와 어깨 나란히= 닷지 차저는 1964년 닷지의 대형 모델인 ‘폴라라’(Polara)를 기반으로 제작됐지만 아쉽게도 양산에는 실패했다. 이후 포드가 머스탱을 출시하자 닷지는 ‘차저 273’ 모델을 선보이며 경쟁에 나선다. 차저 273은 자사의 소형차 다트 GT(Dart GT)에 4.5ℓ, 180마력 엔진을 얹고 변신을 시도했으나 머스탱의 인기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1966년형 차저 모델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1966년형 차저 모델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당시 머스탱의 인기는 상상을 넘어섰다. 우리말로 무스탕으로도 불리는 머스탱은 빨간색의 실내 장식을 한 흰색 컨버터블로 1964년 3월 9일 미국 미시간주 데어본(Dearborn)에서 생산됐다. 포드는 한 달여 후 머스탱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공개했다. ‘야생마’라는 뜻의 머스탱은 발매 후 2년여만에 전 세계적으로 약 150만대가 제작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머스탱을 시발점으로 머슬카 붐이 일면서 GM 산하의 뷰익(Buick)이나 올즈모빌(Oldsmobile) 등도 배기량이 큰 엔진을 사용한 고성능 모델들을 속속 출시했다.

다급해진 닷지는 1966년 디자이너 칼 캐머런(Carl Cameron)을 앞세워 중형급 차체에 고성능 엔진과 옵션을 장착한 닷지 차저 B-보디(B-body)를 내놓는다. 외관은 전기면도기의 망을 닮은 그릴과 개폐식 헤드램프를 사용한 전면이 인상적이다. 또 트렁크가 없는 루프디자인과 넓은 테일램프, 내부의 4인승 버킷 시트(bucket seat·경주용 차량에서 많이 채용하는 시트)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964년형 포드 머스탱. ‘야생마’라는 뜻의 머스탱은 출시 후 2년여만에 약 150만대가 생산됐다.

1964년형 포드 머스탱. ‘야생마’라는 뜻의 머스탱은 출시 후 2년여만에 약 150만대가 생산됐다.

이때의 차저는 230마력의 5.2ℓ 318CID(cubic inch·세제곱인치·미국 부피 단위) V8 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했으며 265마력의 5.9ℓ 361CID V8 엔진이나 325마력의 6.2ℓ 383CID V8엔진도 제작됐다. 특히 최고출력 425마력을 뽐내는 7.0ℓ 426헤미(HEMI)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등장했다.

헤미 엔진 달고 ‘나스카’서 위상 굳혀= 차저는 이러한 강력한 성능의 헤미 엔진으로 전미 스톡 자동차 경주인 ‘나스카’(NASCAR)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다. 나스카는 미국 내 대표적인 자동차경주 대회로 F1(Formula1), 카트(CART)와 더불어 세계 3대 자동차경주 대회로 꼽힌다. F1 대회 차량이 전용 경주용차인 점에 반해 나스카 차량은 스톡카(Stock-car·일반차를 개조한 자동차)가 참여, 미국 개조자동차 경주대회로 불리기도 한다.

닷지 차저 1966~1967년 모델. 엔진은 V형 8기통에 318CID(5.2ℓ) 배기량에 2배럴 기화기를 장착한 기본형부터 트럭 엔진으로 사용되던 361CID(5.9ℓ) 2배럴, 383CID(6.3ℓ) 4배럴, 신형 426헤미 엔진의 4가지로 구성됐다. <출처 (cc) Wikipedia at Bull-Doser>

닷지 차저 1966~1967년 모델. 엔진은 V형 8기통에 318CID(5.2ℓ) 배기량에 2배럴 기화기를 장착한 기본형부터 트럭 엔진으로 사용되던 361CID(5.9ℓ) 2배럴, 383CID(6.3ℓ) 4배럴, 신형 426헤미 엔진의 4가지로 구성됐다. <출처 (cc) Wikipedia at Bull-Doser>

1969년 9월 나스카 우승을 목표로 헤미 엔진을 장착한 차저 ‘데이토나’(Daytona)가 공개됐다. 데이토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범퍼를 뾰족한 형태로 제작했으며 후면에 23인치 (584㎜)높이의 큰 날개 모양의 리어스포일러를 탑재했다. 버디 베이커(Buddy Baker)가 운전한 헤미파워 차저는 1970년 공식 경기 최초로 200mph(321㎞/h)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선보이기도 했다. 닷지 차저 데이토나는 그해 첫 출전한 그랜드 내셔널 시리즈(Grand National Series)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차저 500 모델(1969년형)과 이듬해까지 모두 59번의 레이스에서 45번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1969년형 차저 모델. 2005년 영화 ‘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에서 주인공 보 듀크(숀 윌리엄 스콧)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등장한다. <출처 (cc) Wikipedia at Bull-Doser>

1969년형 차저 모델. 2005년 영화 ‘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에서 주인공 보 듀크(숀 윌리엄 스콧)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등장한다. <출처 (cc) Wikipedia at Bull-Doser>

닷지 차저의 특징이라면 힘과 젊음으로 대변되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화에 등장한 닷지 차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굉음을 내며 달려가는 장면이나 악당이나 범죄자들이 애용하는 차로 등장한다. 스티브 맥퀸 주연의 1968년작 ‘블리트’(bullitt)에서는 비중감 있는 조연으로 등장해 근대 자동차 추격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할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는 등 80년대까지 닷지 차저는 영화와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미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1969년형 차저 데이토나 모델. 닷지 차저 B-보디의 가지치기 모델인 차저 데이토나의 등장으로 포드 머스탱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1969년형 차저 데이토나 모델. 닷지 차저 B-보디의 가지치기 모델인 차저 데이토나의 등장으로 포드 머스탱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다. <크라이슬러코리아 제공>

1970년대 연비·환경 등 외면…부활 시도= 1970년대 초 보험료 인상과 석유파동, 배기가스 배출 규제 등의 여파로 ‘환경’, ‘연비’와 거리가 먼 머슬카는 점차 외면받게 된다. 닷지 역시 1970년 들어 6~8기통 7.2ℓ 엔진을 장착한 ‘챌린저’ (Challenger) 모델을 선보이나 머슬카의 몰락과 함께 1974년 단종되고 만다.

블리트(Bullitt, 1968) 영화 포스터

블리트(Bullitt, 1968) 영화 포스터

클라이슬러는 과거 머슬카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1999년 차저 컨셉트카를 발표한 데 이어 2006년 최신 차체에 다소 투박한 과거 디자인을 구현해 낸 V8 6.0ℓ 헤미 엔진의 고성능 모델을 내놓았다. 또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470마력의 6.4ℓ 헤미 엔진을 장착한 ‘챌린저 SRT8 392’ 모델이 공개되기도 했다.

블리트(Bullitt, 1968) 에서 닷지 차저 주행영상

블리트(Bullitt, 1968) 에서 닷지 차저 주행영상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1세대 닷지 차저(1966년) 제원

엔진 형식 : 318CID(5.2ℓ) V8 / 배기량 : 5211㏄ / 차체 형식 : 2도어 쿠페
최대출력 : 230마력 / 최대토크 : 47.0㎏·m / 전장 X 폭 : 5170㎜ X 1930㎜
생산국가 : 미국
총 판매량 : 3만734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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