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키 점프대를 오르는 車 ‘아우디 콰트로’

2011.10.28 17:41 입력 2011.11.04 15:17 수정

‘아우디’(Audi)를 연상케하는 수식어들은 여럿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단어를 꼽으라면 아우디의 전매특허 ‘콰트로’(quattro)다. 콰트로는 상시(full-time) 사륜구동(4WD) 시대를 개척했다 할 만큼 사륜구동의 위력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사륜구동은 엔진에서 전달받은 동력을 트랜스퍼 케이스(transfer case)란 장치를 통해 바퀴에 전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종류에 따라 일시 사륜구동(part-time 4WD)과 상시 사륜구동으로 나뉜다. 일시 사륜구동은 평상시 두 바퀴로 구동하다가 험로에는 선택적으로 사륜구동을 하는 방식이다. 에너지의 손실과 소음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시 사륜구동은 비포장도로나 눈·빗길 등 험로에도 뛰어난 접지력과 힘, 그리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게 강점이다. 반면 에너지 소비와 소음 문제가 단점이다.

사륜구동, 비포장도로·눈·빗길서 빛나다 = 사륜구동의 시초는 따로 있다. 1902년 폴란드의 스파이커(Spijker) 형제가 만든 ‘스파이커(spyker) 사륜구동’이 효시라는 게 정설이다. 이듬해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대중에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이 차는 벨기에의 기술에 벤츠의 노하우를 결합해 완성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사륜구동은 군용 짚(Jeep)에 많이 활용됐다. 참고로 1960년대 들어 영국의 퍼거슨사(Ferguson Company)가 상시 사륜구동의 F1 경주차를 제작했으나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후 영국의 젠슨(Jensen·1934년 영국의 젠슨 형제가 설립)사가 기술 제휴를 제안했고 ‘Jensen FF’(1966~1971)가 세상에 공개된다.

19년만인 2005년 ‘A6’로 다시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아우디. <아우디코리아 제공>

19년만인 2005년 ‘A6’로 다시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아우디. <아우디코리아 제공>

이 차는 젠슨사와 합작한 ‘퍼거슨의 방식’(Ferguson Formular)라 해서 ‘FF’가 붙었다. 세계 최초로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anti-lock brake system)와 온로드용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후 아우디의 테스트 드라이버인 외르크 벤싱거(Jorg Bensinger)와 아우디의 기술팀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가 폭스바겐의 일티스(Iltis) 군용차량에 사용됐던 사륜구동 기술을 가져와 랠리 경주용 자동차 개발에 들어갔다.

영국의 퍼거슨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영국의 젠슨사가 생산한 ‘Jensen FF’(1966~1971년). 세계 최초로 ABS와 온로드용 AWD 시스템을 채택했다. <출처 (cc) Wikipedia at Brian Snelson>

영국의 퍼거슨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영국의 젠슨사가 생산한 ‘Jensen FF’(1966~1971년). 세계 최초로 ABS와 온로드용 AWD 시스템을 채택했다. <출처 (cc) Wikipedia at Brian Snelson>

이렇게 폭스바겐의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을 최초로 승용차에 적용한 ‘콰트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최초로 적용한 신차 ‘아우디 콰트로’(Audi quattro)를 출시한다. 이때 아우디에겐 BMW나 메르세데스-벤츠를 따라잡기 위한 고성능카가 절실했던 시점이다. 참고로 아우디는 1910년 4월25일 창립자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가 독일 쾰른에서 설립했다. 1958년 다임러-벤츠 산하로 들어갔다가 1964년 폭스바겐그룹에 인수된다. 폭스바겐은 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세아트·스코다·스카니아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독일 최대의 자동차 생산 업체다. 콰트로 개발과 출시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주름잡았던 그랜드 투어링(GT) 분야에서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이들에게 맞설 비장의 무기인 셈이었다.

1980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코리아 제공>

1980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코리아 제공>

BMW·벤츠에 맞서 1980년 공개 = 1980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우디 콰트로는 터보차저를 장착한 쿠페 스타일로 스포츠카의 성능에도 불구하고 편안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갖춘 모델로 평가받았다. 보닛의 선을 낮추기 위해 기울어진 형태의 5기통 엔진을 장착했으며 배기량 2144㏄에 최대토크 29.1㎏·m, 5500rpm에서 200마력을 냈다. 최고속도는 시속 222㎞, 제로백(0~100㎞/h)은 7.1초였다. 여기서 ‘Quattro’는 라틴어로 ‘4’를 뜻하며 사륜구동을 상징해 붙여진 이름이다.

콰트로 기술의 핵심인 내부 가속 차동장치(inter-axle differential)는 주행 여건에 맞춰 자동적으로 동력을 배분한다. 차동장치란 바퀴 간에 동력의 차이를 둬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 수 있도록 만든 장치를 말한다. 도로 상태에 맞게 자동으로 동력을 분배하고 여기에 전후 로테이션의 속력 차이를 보정해 주며 AWD 고유의 안전성은 물론 도로에서의 민첩성에서도 훨씬 뛰어난 반응속도를 보인다. 전륜(앞바퀴)이나 후륜(뒷바퀴)에 대한 동력 분배를 자유롭게 조절해 주행안정성을 도모했다.

1980년 출시된 아우디 콰트로 전측면부. <출처: (cc) Wikipedia at Stahlkocher>

1980년 출시된 아우디 콰트로 전측면부. <출처: (cc) Wikipedia at Stahlkocher>

스포츠카 성능을 갖추면서도 안정감을 강점으로 내세운 아우디 콰트로는 자동차 랠리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1981년 미셸 무통(Michele Mouton)은 아우디 콰트로를 몰고 랠리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 랠리 우승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필두로 아우디 콰트로는 그 해에만 열 번의 경주에서 여섯번을 우승하게 된다.

아우디 콰트로 후측면부. <출처: (cc) Wikipedia at Wikisearcher>

아우디 콰트로 후측면부. <출처: (cc) Wikipedia at Wikisearcher>

랠리서 강자로 자리매김한 ‘스포츠 콰트로’ = 특히 1983년 아우디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아우디 콰트로의 쿠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스포츠 콰트로’(Sport Quattro)를 내놓는다. 스포츠 콰트로는 기존 아우디 콰트로의 축간거리를 30㎝가량 줄이면서 역동적인 반응과 운전의 용이함이 더해졌다.

1984년 영국 RAC 랠리에 참가한 미쉘무통의 아우디 스포츠 콰트로 모습 <출처 (cc) Wikipedia at Clive Horsman>

1984년 영국 RAC 랠리에 참가한 미쉘무통의 아우디 스포츠 콰트로 모습 <출처 (cc) Wikipedia at Clive Horsman>

스포츠 콰트로는 스웨덴 랠리 대회에 출전해 1~3위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도 운전자 부문에서 우승을, 제작사 부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스포츠 콰트로의 외관은 각진 형태의 기존 콰트로와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다만, 전기로 움직이는 유리창과 수준 높은 입체음향, 난방이 가능한 좌석 등 편의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4년 ‘올해의 모터스포츠카’ 를 수상한 아우디 콰트로 A2

1984년 ‘올해의 모터스포츠카’ 를 수상한 아우디 콰트로 A2

이후 1986년 핀란드 카이폴라(Kaipola)에서 ‘아우디 100 CS’로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장면을 촬영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우디는 2005년 19년만에 ‘A6’로 또 다시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오르는 장관을 재현해 내기도 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제원
엔진 형식 : 직렬 5기통 / 배기량 : 2144㏄. / 차체 : 2도어 쿠페.
최대출력 : 200hp@5500rpm / 최대토크 : 29.1㎏·m
제로백 : 7.1초 / 최대속도 : 시속 222㎞
무게 : 1290㎏ / 전장 × 폭 × 전고 : 4404㎜ × 1722㎜ × 1346㎜
생산국가 : 독일 / 생산년도 : 1980~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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