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통령과 미국의 드림카 ‘엘도라도’

‘캐딜락’(Cadillac)에서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의 고품격 브랜드라는 것과 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차’로 통하는 큼지막한 차체와 고풍스러운 외관은 부와 명예, 그리고 성공의 상징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미국인들의 향수샘을 자극하는 브랜드라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캐딜락은 남북전쟁 당시 엔지니어이자 탐험가로 알려진 헨리 마틴 릴런드(Henry Martin Leland)가 1902년 설립했다. 캐딜락이란 이름은 1701년 디트로이트를 발견하고 나중에 디트로이트 시를 세운 프랑스의 귀족이자 탐험가인 모스 캐딜락(Mothe Cadillac)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왕관과 십자군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와 명예, 용기, 지혜 등 전통을 따르고 성공을 지향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1959년형 엘도라도 브로엄 <출처: GM코리아 제공>.

1959년형 엘도라도 브로엄 <출처: GM코리아 제공>.

부와 명예, 전통 그리고 고품질을 추구한 브랜드 = 1908년에는 3대의 캐딜락을 분해한 후 2,100여개의 부품을 다시 조립해 800㎞를 달려 영국왕립자동차클럽(RAC)이 자동차 업계에 지대한 공적을 끼친 이에게 주는 토마스 드와 트로피(Thomas Dewar Trophy)를 수상했다. 참고로 대부분의 자동차는 재조립 후 시동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1909년 제너럴모터스에 합병되어서도 캐딜락은 높은 기술력과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가져간다. 1912년엔 전기 자동 시동기인 전기식 셀프스타터를 장착한 모델 30(Model Thirty)을 내놓아 마찬가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에도 세계 최초 V8엔진 개발 및 대량생산(1920년), V16엔진 최초 생산(1933년)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된다.

캐딜락은 특히 전통을 강조했는데, 이는 창업자의 소신에서 비롯됐다. 릴런드가 평소 강조하고 지금도 생산 공장 출입문에 걸려있는 ‘장인 정신은 강령이며 정확성은 법’이라는 주문은 이러한 캐딜락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캐딜락은 지금도 많은 생산라인에서 공급량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공작업을 거치고 있으며 캐딜락만의 차체 패널과 실내 디자인 등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자체 제작 엔진과 알루미늄 재질의 노스스타(Northstar) V8 엔진은 GM의 대표 엔진이자 캐딜락 브랜드의 상징이었다.

프랑스 캐딜락 가문의 문장에서 유래한 현재의 캐딜락 엠블럼 <출처: GM코리아 제공>.

프랑스 캐딜락 가문의 문장에서 유래한 현재의 캐딜락 엠블럼 <출처: GM코리아 제공>.

무엇보다 캐딜락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있다. 시리즈 60 스페셜(Series 60 Special) 모델에 처음 소개된 ‘꼬리 날개’가 그것이다. 테일-핀(Tail-fin)으로 불린 이 꼬리 날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Harley Earl)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할리 얼은 테일-핀을 GM의 고유 색깔로 만들어냈고 미국 자동차의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꼬리 같기도 하고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기도 한 테일-핀 스타일은 전투기 날개 디자인을 자동차에 접목시킨 것이다. 록히드 P38 라이트닝 (Lightning) 전투기(2개의 몸통에 꼬리날개 달린 쌍방 프로펠러 전폭기)의 쌍발 꼬리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아 만든 것으로, 공개 당시 매우 혁신적으로 평가받았다.

엘도라도의 전신인 62시리즈 컨버터블 <출처: GM코리아 제공>.

엘도라도의 전신인 62시리즈 컨버터블 <출처: GM코리아 제공>.

최초의 테일-핀 모델은 유연한 곡선 형태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지면서 높게 치솟았다. 속도감과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사람들의 호평 속에 테일-핀 스타일은 시보레(쉐보레)와 뷰익 등 GM의 다른 브랜드에 속속 도입됐다. 테일-핀의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온갖 장식이 붙기 시작했는데 은을 도금한 로켓형의 방향지시등과 정지등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브로엄의 테일-핀 <출처: (cc) Konstantin at Wikipedia>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브로엄의 테일-핀 <출처: (cc) Konstantin at Wikipedia>

‘엘도라도’ 캐딜락 전성기 이끌어 = 캐딜락은 1953년, 자동차 생산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최고급 컨버터블 모델을 세상에 공개한다. 바로 캐딜락 엘도라도(Eldorado)다. GM은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Waldorf-Astoria Hotel) 볼룸에서 단독으로 모터라마 오토쇼(Motorama auto show) 를 갖고 “캐딜락은 자동차의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1952년 62시리즈 컨버터블을 토대로 제작된 엘도라도는 ‘황금의 땅’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최고급 모델을 지향했다. 금색 갈매기 표시를 매달고 실내를 모두 가죽으로 마감 처리했다. 양방향 파워시트와 파워 스티어링, 자동변속기, 라디오 주파수 탐색기, 파워 윈도우, 그리고 캐딜락 최초의 곡면 앞 유리 등 최첨단 장비가 장착됐다.

1953년형 엘도라도 컨버터블 <출처: GM코리아 제공>.

1953년형 엘도라도 컨버터블 <출처: GM코리아 제공>.

엘도라도 역시 할리 얼이 디자인을 맡았으며 5.4ℓ V8엔진을 장착, 211마력의 출력을 냈다. 당시 컨셉카였던 엘도라도는 출시와 함께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GM이 선보인 차종 중 가장 판매가가 높은 7,750달러에도 엘도라도는 부와 명예,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5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심지어 엘도라도의 매력에 빠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날 퍼레이드에 대통령 전용차량이 아닌 엘도라도를 탔다. 엘도라도는 소량만 생산됐는데 1953년에는 532대, 1954년에는 2,150대, 꼬리 날개가 더 커진 1955년에는 3,950대가 생산됐다.

1957년 이보다 더욱 비싼 가격으로 출시된 모델이 엘도라도 브로엄(Eldorado Brougham)이다. 당시 대당 1만3,000달러가 넘었다. 기존의 코일 스프링을 대체한 최초의 에어 서스펜션으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했고 바다 조개 경적을 장착한 중후한 경적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엘도라도(1953년) <출처: GM코리아 제공>.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엘도라도(1953년) <출처: GM코리아 제공>.

외관은 가느다란 무늬의 스테인레스 스틸 지붕과 색깔을 입힌 유리창, 이중 헤드 라이트 등이 관심을 받았다. 엔진은 캐딜락 V8이었으며 2.8t이 넘은 차체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배기량을 5,981㏄ 늘려 325마력의 출력을 뽑아내도록 했다. 링컨 콘티넨털에 필적할 만한 캐딜락 최고의 모델이었지만 수공 생산 방식으로 생산 단가가 워낙 높아 2년간 겨우 704대밖에 판매되지 않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선물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는 1959년형 핑크색 캐딜락 엘도라도. <출처: GM코리아 제공>.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선물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는 1959년형 핑크색 캐딜락 엘도라도. <출처: GM코리아 제공>.

특히 화려함의 극치라 할 수 있는 1959년형 엘도라도는 지금도 미국인들의 향수샘을 자극하는 추억의 모델이다. 가장 높게 치솟은 테일-핀으로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이 차는 할리우드 영화 ‘핑크 캐딜락’의 주역으로 등장해 ‘핑크 캐디’라는 애칭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최대출력 345마력에 최고 시속 195㎞를 기록한 이 차는 강력한 성능, 테일-핀 디자인의 완결판이라는 평가와 함께 유명 연예인들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했던 모델이다.

캐딜락 엘도라도 브로엄(1957년) 제원

엔진 형식 : 6.0ℓ 프런트 엔진 V8 / 배기량 : 5981㏄ / 최고속도 : 177㎞/h 이상 / 차체형식 : 4도어 세단 / 트랜스미션 : 4단 자동 최대출력 : 325hp·4800rpm / 최대토크 : 55.4㎏·m·3300rpm / 전장 X 폭 X 전고 : 5334㎜ X 2032㎜ X 1397㎜ / 휠베이스 : 3289㎜ / 총 중량 : 2800㎏ 이상 디자이너 : 할리 얼 / 생산년도 : 1957년~1958년 / 생산대수 : 70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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