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작지만 강하다’ 랠리의 강자, 스바루 임프레자

2012.08.05 17:54

스바루(Subaru)의 임프레자(Impreza)는 랠리를 위해 태어난 차다. 스바루 전통의 수평대향형(실린더가 마주보며 수평으로 배치) 박서 엔진과 대칭형 상시 4륜구동 기술을 무기로, 랠리에서 흔하지 않은 금자탑을 세운 임프레자는 스바루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폭발적인 성능은 동급 최고를 다퉜고 뛰어난 안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랠리에서의 가공할만한 실력과 임프레자만의 독특한 매력에 빠진 마니아들도 많다. 4세대 임프레자가 가장 최근에 출시됐으며, 이 차는 미국 최대의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소형차 부문) ‘최고의 차량(Top picks)’에 뽑히기도 했다.

박서 엔진·대칭형 상시 4륜구동 등, 스바루 전통의 기술 주목

1세대 스바루 임프레자 WRC 모습.<출처: (CC)Brian Snelson at wikipedia.org>

1세대 스바루 임프레자 WRC 모습.<출처: (CC)Brian Snelson at wikipedia.org>

일본 후지중공업을 모기업을 한 스바루는 1972년 세계 최초로 4륜구동 승용차를 양산해 일찍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참고로 스바루는 6개의 별이 모인 플레이아데스 성단(육련성)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일본어로 ‘지배하다, 모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6개의 별이 박힌 스바루 엠블럼은 모기업인 후지중공업이 6개 회사가 모여 만들어진 회사라는 의미도 지녔다.(2003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리뉴얼됐다.)

1958년 경차 ‘스바루 360’를 통해 경량화 기술을 뽐냈고 1966년에는 스바루 전통의 기술인 박서 엔진을 장착한 전륜구동의 최초의 양산차 ‘스바루 1000’을 1965년 도쿄모터쇼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스바루 전통의 기술인 박서 엔진을 장착한 전륜구동의 최초 양산차 ‘스바루 1000’ <출처: (CC)Mytho88 at Wikipedia.org>

스바루 전통의 기술인 박서 엔진을 장착한 전륜구동의 최초 양산차 ‘스바루 1000’ <출처: (CC)Mytho88 at Wikipedia.org>

항공기 엔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박서(Boxer) 엔진은 일반적으로 피스톤이 수직으로 배치된 것과 달리 수평으로 배열돼 피스톤이 움직일 때마다 양 옆으로 권투선수들이 주먹을 치고 받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코너링을 구현할 수 있고 뛰어난 접지력(바퀴가 헛돌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인다. 여기에 대칭형 상시 4륜구동까지 더해져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제작비용이 비싸고 수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포르쉐의 일부 모델에 장착된 박서 엔진과 같은 구조다.

스바루의 박서 엔진. <출처: (CC)Qurren at Wikipedia.org>

스바루의 박서 엔진. <출처: (CC)Qurren at Wikipedia.org>

이탈리아어로 ‘업적’이라는 뜻의 임프레자(‘임프’라고도 부른다)는 랠리를 겨냥해 1993년 탄생했다. 사실 스바루는 1980년부터 랠리팀을 운영하며 모터스포츠 대회에 집중하고 있었다. 임프레자가 나오기 전에는 임프레자의 한단계 위 클래스인 레거시(Legacy)가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World Rally Championship)에 출전하고 있었다.

1994년형 1세대 임프레자 2도어 쿠페. <출처: 스바루코리아>

1994년형 1세대 임프레자 2도어 쿠페. <출처: 스바루코리아>

기술력 등에 업고 WRC 도전, 레거시에서 임프레자로

WRC는 초고속 레이싱카들의 경쟁무대인 F1과 달리 양산차를 개조한 랠리카가 험난한 코스를 달리며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에 스바루의 기술력으로 얼마든지 도전해볼만한 무대였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덩어리가 작은 회사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자사의 기술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WRC 만큼 훌륭한 무대는 없었다.

1세대 세단형 WRX. <출처: 스바루코리아>

1세대 세단형 WRX. <출처: 스바루코리아>

1990년 스바루 월드랠리팀이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랠리에 뛰어들게 된다. 이때 스바루 전통의 파란 바탕에 6개의 별을 형상화한 노란색 스바루 로고도 차용됐다고 한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스바루 랠리 팀의 메인 스폰서인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계열의 담배 브랜드 ‘555’의 브랜드 컬러가 파란색이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에 들어 WRC에서 담배 광고가 금지되면서 555는 사라졌지만 파란색의 팀 컬러는 여전히 스바루만의 전통적인 색깔로 남았다. 레거시는 이듬해 뉴질랜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WRC의 룰 개정으로 레거시로 출전이 불가능해지자 스바루 랠리팀은 WRC 출전용으로 임프레자를 개발하게 된다. 1993년 11월에 소개된 1세대 임프레자는 스바루 고유의 박서 엔진과 대칭형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1.6, 1.8. 2.0ℓ 자연흡기식 엔진(엔진 안의 피스톤이 내려올 때 흡입압력이 발생하며 자연스럽게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방식)에 전륜구동 또는 사륜구동 버전이 나왔다. 이듬해 등장한 임프레자 WRX STi는 1996년에 일본이 규제한 출력 최대치인 280마력까지 뿜어냈다.

1세대 스포츠 웨건. <출처: 스바루코리아>

1세대 스포츠 웨건. <출처: 스바루코리아>

콜린 맥레이 앞세워 WRC 강자로 등극, 란에보와 경쟁 구도

랠리카의 전설답게 랠리에서의 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1995년 스바루 임프레자 랠리카가 WRC에 투입된 그 해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Constructor‘s Championship)과 가장 승수가 높은 드라이버에게 수여하는 드라이버즈 챔피언십(Driver’s Championship)의 정상을 동시에 차지하며 1997년까지 3년 연속 WRC 종합 우승이라는 큰 족적을 남긴다. 스바루 월드 랠리 팀은 이후 18년 동안 세 번의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십과 세 번의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등 총 4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전설적인 카레이서 콜린 맥레이. <출처: (CC)IFCAR at Wikipedia.org>

전설적인 카레이서 콜린 맥레이. <출처: (CC)IFCAR at Wikipedia.org>

WRC 역사상 최연소 월드 랠리 챔피언이 된 콜린 맥레이(Colin McRae, 1968~2007)를 빼놓을 수 없다. 스바루에게 첫 월드 랠리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준 그는 수많은 랠리에서 가장 많은 우승(25회)을 차지하며 지금도 전설적인 카레이서로 남아 있다.

2007년 불의의 헬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듬해 세계 각지에서 온 스바루 1000여대가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라나크에 모여 임프레자 랠리카를 따라 약 48.3㎞의 거리를 일렬로 행진해 세계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

2세대 임프레자.

2세대 임프레자.

마찬가지로 스바루 임프레자와 영원한 경쟁관계인 미쓰비시(Mitsubishi)의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란에보)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중·후반 WRC에서 서로 우승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 스바루와 미쓰비시 두 브랜드의 경쟁을 넘어 일본차의 자존심을 겨루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란에보 역시 이 시기 스바루 임프레자와 마찬가지로 흔치않는 역사를 써내려갔다. WRC 드라이버인 토미 마키넨(Tommi Makinen, 1964~)을 앞세워 WRC에서 1996~99년 4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4세대 임프레자. <출처: 스바루코리아>

4세대 임프레자. <출처: 스바루코리아>

1세대 임프레자는 2000년 8월까지, 그해 10월엔 2세대 임프레자가 공개됐다. 2007년말에는 풀 체인지된 3세대 임프레자가 세단과 해치백으로 등장했다. 가장 최근 모델이면서 스바루 전통의 박서 엔진을 그대로 이어받은 4세대 임프레자(WRX STI)는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스바루 임프레자 1세대 WRX(월드랠리크로스) 제원

엔진 형식 : 2.0ℓ 수평대향형 4기통 박서엔진 / 배기량 : 1994㏄ / 승차정원 : 5명 / 최대출력 : 240.0hp•6000rpm / 최대토크 : 31.0㎏•m•5000rpm / 전장 X 폭 X 전고 : 4340㎜ X 1690㎜ X 1405㎜ / 휠베이스 : 2520㎜ / 공차중량 :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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