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우려 높은 기업일수록…소수주주 보호 ‘방치’

2021.12.02 21:33 입력 2021.12.02 21:34 수정

사익편취 규제 대상 대기업의 경우 전자투표제 등 도입에 소극적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 높지만 법적 책임 없는 미등기임원 재직

일감 몰아주기 우려 높은 기업일수록…소수주주 보호 ‘방치’

코로나19로 비대면 주주총회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가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높은 회사의 경우에는 전자투표제뿐 아니라 집중투표제나 서면투표제 등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회사는 주로 총수일가가 손해 배상 책임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자산 5조원 이상 규모의 대기업 집단 상장사 274곳 중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216개사로 전년(147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73.8%)은 총수가 없는 곳(90.9%)에 비해 전자투표제 도입률이 17.1%포인트 낮았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경우가 많았다.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도 도입하지 않은 58개의 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는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은 10개사였다.

규제 사각지대, 즉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 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상장 사각지대 회사가 지분 50%를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20곳에 달했다.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한 회사의 절반 이상이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였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효성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세아(4곳), 동원(3곳), 한진·KCC·HDC·태광·하이트진로(2곳)순 이었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높았다. 총수일가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서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56.3%로 비규제대상 회사(8.1%)보다 약 7배 높았다.

사각지대 회사의 경우에도 비율이 20.9%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이들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현황을 보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계열사 2100개사 중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176건이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96건(54.5%)이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나 사각지대 회사에 재직한 경우였다. 미등기임원은 회장·부회장 등 경영에 참여할 권한은 있지만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

비규제 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은 3.6%였지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회사 비율은 15.5%에 달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 과장은 “이들 회사는 총수일가의 이익이 직결된 만큼 기업집단 차원에서도 중요한 회사”라며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누리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우려가 큰 회사는 퇴직 임직원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사외이사를 선임한 2218개 계열사 중 38개사에서 퇴직한 지 5년 이내인 임직원 출신 46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 선임된 퇴직한 임직원 46명 중 17명(36.9%)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13개사) 소속이었다.

총수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공익법인(52개)에 이사로 등재된 비율은 69.2%에 달했다. 이는 전년(62.5%) 대비 6.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을 사회적 공헌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에 사용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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