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방지 앱으로 10억 매출… 스타트업 '화이트큐브' 이야기

2021.01.01 15:47

한 해가 시작하는 1월은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새 삶을 기대하며 한 해 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계획은 아쉽게도 ‘작심삼일’이 될 때가 많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의 의지는 힘을 잃고, 나홀로 세운 계획은 지키지 않아도 지적할 사람이 없다. 신년 계획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작심삼일의 삶을 청산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IT스타트업 ‘화이트큐브’ 최혁준 대표(36)는 이 화두를 들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화이트큐브가 2018년 창업과 함께 선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챌린저스’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자신과의 약속을 정하게 하고 이를 지키도록 독려하는 서비스다. 출시 직후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아 2년여간 45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최 대표는 “창업 당시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화이트큐브’ 최혁준 대표 | 강윤중 기자

스타트업 ‘화이트큐브’ 최혁준 대표 | 강윤중 기자

■창업으로 이어진 자기계발 노하우

챌린저스 앱은 상금과 벌금, 동료 간의 유대감 등을 활용해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이용자들은 우선 금연이나 영어공부와 같은 목표를 정한 뒤 함께 도전할 참가자들을 모은다. 이후 각자 최소 1000원 이상의 예치금을 걸고 매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인증샷’을 올려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약속을 85% 이상 완수하면 예치금을 전액 돌려받고, 100% 완수하면 추가적인 상금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진행률이 85% 미만이면 달성률에 따라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생긴다. 돈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야 하는 구조다.

챌린저스는 최 대표가 2012년 대학 선·후배들과 함께한 온라인 소모임 운영 경험이 바탕이 됐다. 자기계발을 하며 친분을 쌓는 모임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자기계발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100권 넘는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 결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벌금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려는 심리가 있거든요.”

작심삼일을 예방하는 챌린저스의 서비스는 업계와 누리꾼의 주목을 받았다. 이 아이디어를 높게 본 미국의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는 창업 초기 10억원을 투자했다. 매출도 빠르게 늘어 출시 2년만인 지난해 약 10억원을 기록했다. 챌린저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들이 내는 벌금 일부와, 기업들과의 제휴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삼성, SK, 한화 등 굵직한 기업을 포함해 현재 연 100여 건의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

최 대표는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팀원들의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서울대 공대, 대기업 연구원 등을 거치며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 선·후배 3명과 창업 정글에 뛰어든 사례다.

“챌린저스는 회원들이 돈을 맡겨놓는 구조라, 서버가 다운됐을 당시 ‘먹튀’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 겪는 상황이었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얻으려 최대한 노력했고, 다행히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가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용자들이 만족해하는 반응을 볼 때다. 최 대표는 “챌린저스 누리집이나 누리소통망(SNS) 계정에 달린 댓글만 1만 건 이상”이라며 “그 중에서도 ‘엄마도 20년 넘게 못 바꾼 제 습관을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생목표 돕는 것이 궁극적 비전”

최 대표는 화이트큐브의 비전을 크게 세 단계로 잡고 있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현재 단계라면, 향후에는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원하는 인생을 살게 해주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것이다.

“대학입학, 내 집 마련 등의 인생목표 달성을 돕는 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경제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제휴해 자기계발을 위한 효과적인 과제를 찾아드리려 합니다.”

챌린저스를 공익 캠페인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번은 선거를 맞아 챌린저스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선거독려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다. 회원 수천 명이 참여하고 90% 넘는 선거 참여율이 나왔다. 최 대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필요로 한다면 향후 선거 관련 공익 캠페인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최 대표의 소망은 스타트업을 향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지금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 사업은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스타트업의 성장은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의 지원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제쯤 유니콘기업이 될 수 있겠느냐’ 묻자, 최 대표는 “우리는 아직 꿈나무일 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세계시장에 맞춰져 있었다. “사회에 기여하려면 유니콘기업만으로는 안되고 100조 기업은 돼야 한다”는 최 대표의 말은 화이트큐브가 발휘할 크고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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