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식 ‘감세’ 재정위기 부른다

2011.03.01 21:55 입력 2011.03.02 13:47 수정

조세硏, OECD 국가 분석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의 세수기반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부도 위기에는 과도한 재정지출뿐만 아니라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족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선진국 평균보다 많지만 소득세는 남유럽만큼 적은 수준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시행한 감세정책과 향후 복지지출 증가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어 앞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1일 한국조세연구원이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00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에 따르면 남유럽 국가 중 그리스(7.3%), 스페인(10.1%), 포르투갈(9.6%), 아일랜드(10.6%)가 OECD 평균(1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와 아일랜드는 2000년 소득세 비중이 각각 9.3%와 14.8%였으나 감세정책으로 인해 매년 세수가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세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덴마크(29.3%), 노르웨이(21.2%), 뉴질랜드(20.6%), 스웨덴(17.1%) 등으로 모두 복지가 탄탄하고 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다.

남유럽 국가들은 법인세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적다.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그리스(2.6%), 스페인(2.7%), 아일랜드(2.7%) 등이 OECD 평균(3.6%)보다 낮았다. 남유럽 국가들은 취약한 세수기반에 열악한 산업경쟁력과 과다한 재정지출이 결합해 국가부도 사태를 우려하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남유럽식 ‘감세’ 재정위기 부른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소득세 비중은 작지만 법인세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8.2%(27개국 중 23위)로 OECD 평균보다 5%포인트가량 낮은 것은 물론, 남유럽 국가들 중 가장 취약한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개인소득과세의 비중(4.0%)은 그리스(4.7%)보다도 낮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4.2%(25개국 중 4위)로 OECD 평균보다 높다. 이는 독일(1.9%), 미국(2.4%), 일본(4.0%) 등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법인세라도 많이 거둬 세수기반이 남유럽 국가들보다 덜 취약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전 조세연구원장)는 “현 정부 들어 감세정책이 시행되면서 2009년 이후 소득세와 법인세 세수 비중은 더 떨어졌을 것”이라며 “복지지출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