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 0.4%를 기록해 두달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수점 첫째자릿수까지 집계하는 공식 통계상으로는 사상 첫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하락과 무상교육 확대 등 정부정책의 영향으로 상승률 감소폭이 8월보다 커졌다. 정부는 공급·정책측 요인에 따른 일시적 물가하락이라며 장기간 다양한 품목에서 물가가 하락해 경기부진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통계청이 1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보다 0.4% 하락했다. 지난 8월 마이너스 0.038%를 기록하는 등 두달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수점 첫째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물가상승률로 보면 1965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첫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8월 물가상승률은 소수점 첫째자릿수까지만 집계하면 0.0%였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상승률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생산량 증가로 전년동월보다 가격이 8.2% 하락해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떨어트렸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 추세 속에서 가격이 5.6% 떨어져 전체물가를 0.26%포인트 하락시키는 데 기여했다.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로 공공서비스 비용이 낮아진 요인도 작용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은 1.2% 하락해 전체 물가상승률의 0.17%포인트를 낮췄다. 지난달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상교육 확대로 고교납입금은 36.2% 하락했다. 개인서비스 중 학교급식비는 57.8% 하락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병원검사료는 10.3% 낮아지고 보육시설이용료는 4.3% 하락했다.
통계청은 온라인거래가 확대되며 소매업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공식품과 공업제품의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인 경쟁 심화에 따른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시도와 기술발전 등으로 전자제품 등의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계절적·일시적으로 가격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6% 상승했다. 1999년 9월 0.3% 상승률을 나타낸 이후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물가 기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99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0.5% 상승률을 보였다.
■“디플레이션 아냐…정책적·일시적 원인”
지난 8월에 이어 9월까지 두달째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부터 매달 0%대를 나타내다가 마이너스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정부는 지난 8월 때와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었다. 석유류·농축수산물 등 공급측 가격변동과 정책적 요인이 결합한 데 따른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9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 물가가 8월 1.4%에서 9월 2.1%로 높게 상승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며 “물가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투자 등 수요 부족으로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나타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지연과 함께 나타난다”면서 “그러나 소비는 지난 8월 3.9%로 크게 증가하고 소비자심리지수도 9월 96.9로 전월대비 4.4포인트 상승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올해 연말에 이르러서는 0%대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차관은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