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내정자, 한국인 첫 IMF ‘최고위직’…시장선 ‘통화정책 긴축 기조’ 완화 전망도

2022.03.23 21:14 입력 2022.03.23 22:46 수정

학계·정책 분야 두루 거쳐

갈등 정국, 청문회 차질 우려

임명 땐 12년 만에 외부 출신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23일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62)은 자타공인 국내외에서 인정하는 경제·금융 전문가다. 정책 경험이 풍부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도 반대하는 인물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새 정부와의 정책 조율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구 권력 갈등 양상이 격해지고 있어 향후 청문회 등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한은 사상 초유의 ‘총재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내정자는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이날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후임 총재 지명자는 학식, 정책 운영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워낙 출중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 조교수, 세계은행 객원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학계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정책 논의 과정에도 활발하게 참여해왔다. 2004년 대통령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에 앞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2008~2009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2011년부터 3년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2014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IMF 고위직(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올랐다. 한은은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김중수 전 총재 이후 다시 외부 출신 총재를 맞게 됐다.

합리적이고 무난한 성격으로 평가받는 이 내정자는 주요 해외 경제기관에서 일한 경험 등으로 글로벌 인맥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시절 스승과 제자로서 인연을 맺었고,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명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과도 친분이 있다. 국내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등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190㎝대의 장신으로 농구광으로도 유명하다.

채권 시장 등에서는 아직 이 내정자가 ‘비둘기(완화 선호)’ 쪽일지, ‘매파(긴축 선호)’ 쪽일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언론 등에 나온 언급에 비추어 이주열 총재보다는 ‘덜 매파적’ 입장을 내비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제조업 수출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이 홀로 성장을 지속할 만한 기반이 없음을 지적하며 적절하게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의 긴밀한 협조”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현재의 물가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하되, 완화적 측면도 열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물가 및 부채 제어와 같은 금융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이같이 예상되는 정책 스탠스는 최근 1년간의 한은 기조 대비 덜 매파적이며 급박한 긴축 정책 전개 가능성은 되레 축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현 총재의 임기는 3월 말 만료되는데, 현실적으로 4월1일 새 총재 취임은 불가능하다. 역대 총재 중 유일하게 국회 청문회를 거친 이 총재의 경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한 지 16일 만에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2018년 이 총재 유임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명 이후 청문회 통과까지 19일이 걸렸다.

새 총재가 다음달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국장 지명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혀 청문회 일정과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청문회 개최를 서둘러야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새 총재가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달 1일부터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석이 될 경우 한은은 이승헌 부총재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