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은 총재에 이창용 지명…‘협의 여부’로 충돌, 문·윤 더 멀어졌다

2022.03.23 21:10 입력 2022.03.23 22:42 수정

청 “당선인 의견 수렴한 인사”

윤 측 “협의나 추천한 적 없어”

내정 인사보다 과정 문제 삼아

집무실 이전 이어 갈등 계속

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연합뉴스

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62·사진)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수렴한 인사’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한은 총재 인사를 협의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정면충돌한 신구 권력이 한은 총재 인사를 두고 또다시 부딪치는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 후임으로 이 국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경제·금융 전문가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은 새 정부 재정·거시경제 정책 기조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과 차기 한은 총재(임기 4년)는 임기가 대부분 겹친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 측 의견을 듣고자 인사를 늦추면서 한은 총재 후임 인선이 늦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에 대해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대통령·당선인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에서 윤 당선인 측이 희망했던 이 내정자를 문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장 실장에게 차기 한은 총재로 언론에 거론되는 이 내정자와 다른 인사 중 누구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장 실장이 이 내정자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가 한은 총재 인사라는 점에서 청와대 측의 손 내밀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후 당선인 대변인실을 통해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수석이) ‘이창용씨 어때요’ 하기에 내가 ‘좋은 사람 같다’ 그랬다. 그게 끝”이라며 “그것을 가지고 당선인 측 얘기를 들었다는 게 납득이 가느냐”고 말했다. 장 실장은 “결국은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라면서 “(청와대가) 정식으로 당선인에게 (한은 총재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고 (당선인이) 수락하겠다고 하면 (후보자를) 추천하는 상호 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말 인사 가운데 대통령과 당선인 측 의견차가 비교적 작았던 한은 총재 인사를 두고도 신구 권력 간 충돌이 벌어지면서 남은 인사 자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를 두고 한 명씩 추천한 뒤 협의하자는 청와대와 두 명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는 당선인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며 윤 당선인 측에 협의하자고 한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를 두고도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하루도 머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이 이 내정자가 아닌 청와대의 인사 발표 과정을 문제 삼는 측면이 커서 교착 상황을 해소할 실마리는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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