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보다 더한 ‘기재부의 나라’ 오나

2022.04.19 21:24 입력 2022.04.19 21:26 수정

총리·대통령비서실장 후보도 기재부 출신…추경호 입지 커져

예산 편성권 쥐고 복지·교육·노동 등 정책 주도권 행사 우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등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보직에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내정되면서 타 부처의 정책을 사실상 기재부가 좌우하는 독주 시스템이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부처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나 노동, 교육 등 주요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 정치 경험이 없는 관료나 학자 출신이 발탁되면서 의회 경험까지 두루 갖춘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가 이끄는 기재부에 대항해 소신있게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8개 부처 장관 인선안을 보면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소위 ‘실세 권력’과는 무관한 관료나 학자 출신이 대부분이다. 내부 관료, 학자 출신 장관은 자기 분야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만 실세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 부처 간 업무 조율 과정에서 예산권을 거머쥔 기재부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미 공공병원 및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 코로나19 시기 보건복지부가 주요 현안으로 추진했던 정책들이 상당 부분 뒤집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복지부에서 공공병원을 대폭 늘리자는 기류가 있었지만 기재부에 막혀 굉장히 축소된 형태로 나타났는데 새 정부에서는 공공병원을 아예 하나도 새로 못 짓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고용·노동 분야는 추 후보자가 직접 “재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식의 운용은 지양돼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관련 예산 삭감이 가장 뚜렷하게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직업일자리 규모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고령층에 대한 생계 지원 역할을 하는 직접일자리를 단순 재정 비효율을 이유로 대안 없이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기재부는 최근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이유로 현행 교육교부금 체계를 축소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 교육부와 대립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매년 성과 평가에 따라 예산을 책정하는데 교육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각 기관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재부가 다른 부처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은 앞선 정부들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무 부처가 분명한 이슈에도 예산 편성권을 기재부가 갖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기재부가 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지속될 것”이라며 “책임총리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기재부 출신이 국무조정실을 대거 장악했던 이전 관행을 보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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