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다주택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일까

2022.04.19 22:27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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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으로 접어든 A씨는 퇴직 후 노후를 보낼 만한 곳을 찾던 중 교통편도 편리하고 산과 바다가 접해 있는 강릉을 선택했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하고 자연 경관이 수려해 출퇴근 부담이 없는 은퇴자에게는 제격이었다. 4년 전 강릉 도심의 전용 60㎡ 아파트 매매가는 1억원대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 차이가 없었다.

당시 집값이 오르지 않는 곳에 왜 굳이 집을 사느냐는 주위의 만류도 있었으나 퇴직후 편하게 갈 수 있는 ‘내집’이 있다는 것은 심리적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집을 수리하고 전세를 주니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아 실제 투입된 자기자본 2000여만원으로 2주택자가 되었다.

40대 중반 가장인 B씨는 재테크에도 진심 열심인 편에 속한다. 서울에 집은 마련했으나 재테크를 위해 꾸준히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 그동안 바빠서 재테크에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한 B씨는 그동안 지식을 바탕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곳을 찾아 속초 소형 노후아파트를 지난해 전세를 안고 매입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되는 기준시가 1억원 이하 단지 중 향후 교통 호재 및 주거 트렌드 변화로 속초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2주택자가 되었다.

최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최근 6개월(2021년 8월~2022년 1월) 동안 서울 시민이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수한 지방 도시는 청주(779가구)로 조사됐다. 이어 △원주 748가구 △천안 729가구 △부산 457가구 △거제 447가구 순으로 나타났고 ‘톱 10’ 중 6곳이 충청·강원 등 중소도시였다.

이 같은 열기는 집값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충주가 10.9% 오른 것을 비롯해 △청주 10.6% △원주 10.6% △춘천 9.1% △부산 6.6% △거제 4.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외지인의 지방 매입은 소액으로 투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도시로 투자수요가 몰린 탓도 있으나 또한 코로나로 인한 트렌드 변화 등 세컨드하우스 수요 증가 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나 은퇴 이후 생활 등 다양한 목적이 있었으나 요즘 분류로 굳이 말하자면 A씨, B씨는 갭투자자이고 다주택자이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주택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는 주택을 전세를 안고 매입함으로써 가격 상승을 초래해 실수요자들의 주거비를 올린 투기꾼이다.

반면 그들은 전세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해 집값이나 전셋값 하락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매입한 투자이고, 세컨드하우스나 은퇴 후 거주 목적으로 산 것이라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집값 오른 것이 내 탓이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또한 지방에도 서울과 동등한 수준의 규제가 적용된다면 서울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지방의 주택가격 하락 등 심각한 지역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거시경제 상황부터 수급, 정부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수요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 변화로 귀결된다. 주택은 필수재이자 투자재로서도 인식되므로 주택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택정책의 목적이 부동산이라는 한정된 자산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금, 대출 등의 제도적 장치와 발전적인 도시계획 정비를 통해 변화해가는 수요에 부합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큰 틀을 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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