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부담 불 보듯…주택임대차법 ‘손질 논의’ 이르다

2022.05.31 22:16 입력 2022.05.31 22:19 수정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7월이 다가오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임차인의 계약 갱신 청구를 ‘2+2년’으로 연장하고 갱신 청구 시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0년 7월31일 시행된 지 2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대적 수술을 예고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부터 존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각계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A씨는 10년 이상 전세로 살았던 강남의 아파트를 빼서 강북으로 이사했다. 집주인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터라 오랫동안 가격을 조율하며 잘 지내왔는데, 아들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계약 만기를 통보해 부랴부랴 옮겼다. 한데 최근 우연히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갔다가 살던 집이 아직 몇 개월째 빈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대인에 대한 고마움이 서운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주택을 소유한 B씨는 1년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발표에 따라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처분할 생각이다. 지난해 초반에도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도하려 했으나 임대차 기간이 1년 이상 남은 데다 세입자가 집을 잘 보여주지 않아 결국 매수 희망자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현재 시세보다 3억~4억원 낮은 전세금으로 살고 있는 세입자가 만기 전 갱신 요청을 해왔고 1년도 채 남지 않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 안에 앞으로 2년 이상 거주가 불가한 주택을 사려는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부동산114가 임대차법 개정 전인 2020년 7월 말 이전 대비 2022년 5월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 누적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27.6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임대료 기준으로 환산하면 임대차법 시행 당시 전국의 호당 평균 전세가격은 3억997만원으로, 5월20일 현재 시점의 4억79만원과 비교하면 2년간 약 9000만원 상승한 셈이다.

특히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8326가구로 6년6개월 만에 최저치이고, 올해 상반기(1만3826가구)보다 39.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갱신 청구로 2년을 더 살았던 세입자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세입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서울의 경우 신규 공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전셋값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는 매매와 달리 실수요자 시장이므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야 가격이 안정된다. 새 아파트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존 임대차 시장 내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조율을 유도해야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은 임대차법 개정 전인 2019년에는 43건이었으나 2020년 122건, 2021년 307건으로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2020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인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야기된 분쟁과 전셋값 급등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고 전셋값이 불안한 상황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의 계약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개정 임대차법 시행 2년 만에 다시 폐지하게 된다면, 전세가격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입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이 설익은 정책의 시험대가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 눈앞의 지표만이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연착륙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주길 국민들은 바란다. 다른 것도 아닌 주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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