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위 ‘매직아일랜드’ 롯데는 부지 사용료로 얼마를 낼까

2022.08.21 15:54 입력 2022.08.21 16:43 수정

서울 한복판 호수에 달이 뜬다면? 송파구 석촌호수에선 ‘문보트’를 볼 수 있다. 달 모양의 보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석촌호수의 서호를 떠다닌다. 밤에는 보트에 불이 들어와 달모양이 선명하게 보인다.

문보트는 롯데월드가 석촌호수에 조성한 인공섬(매직아일랜드)에서 운영하는 놀이기구 중 하나다. 롯데월드는 지난 5월부터 문보트를 띄우기 시작했다.

석촌호수는 1971년 잠실지구 개발계획이 진행되면서 생겨났다. 서울시는 흐르던 강물을 인위적으로 막아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석촌호수는 서울시 송파구 소유의 공유재산이다. 롯데월드는 1990년 3월 석촌호수에 1만9191㎡ 크기의 매직아일랜드를 조성했다. 석촌호수 전체 면적(수면 21만7850㎡)의 10% 정도 크기다. 공유재산에 조성한 놀이기구라면, 롯데는 송파구에 석촌호수 사용료를 얼마나 지급할까.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 사용료는 ‘월 7억원’

21일 경향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송파구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송파구는 호텔롯데에서 송파나루근린공원(석촌호수) 사용료로 올해 84억원을 받았다. 한 달 사용료로 환산하면 7억원이다.

송파구는 2018년 72억4000원, 2019년 74억원8000만원을 석촌호수 부지 사용료 등으로 징수했다. 석촌호수 사용료는 2020년(78억9000만원), 2021년(81억3000만원)으로 매해 조금씩 증가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공시지가 상승분이 사용료 인상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송파구에 따르면 롯데가 매직아일랜드를 운영하는 지불하는 석촌호수 사용료에는 토지 점유에 따른 비용(부지 사용료), 건축물 사용료, 호수점용료, 공원관리부담금 등이 포함돼 있다. 연단위 사용료를 롯데 계열사인 호텔롯데가 송파구청에 일시금으로 납부하는 형태다. 롯데월드가 석촌호수에 문보트를 올해부터 새로 띄운다고 해서 추가 비용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롯데는 1990년 3월부터 20년간 매직아일랜드 부지와 석촌호수를 소정의 부지 사용료만 내는 조건으로 무상사용했다. 당시 롯데는 석촌호수에 인공섬인 매직아일랜드를 조성하는 대신 일정 기간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한 뒤 송파구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지금으로 치면 민간투자사업의 형태다.

2010년 3월, 20년 무상사용기간이 끝난 뒤 롯데와 송파구는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이때부터 롯데는 송파구에 부지 사용료뿐만 아니라 건축물 사용료, 호수점용료, 공원관리부담금을 지불하고 매직아일랜드를 10년 더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에서 운영 중인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에서 운영 중인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석촌호수 사용 계약은 2024년 3월까지

롯데의 석촌호수 사용은 언뜻 보기에 기업과 지자제의 공생 같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는 1990년 개장 직후부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시 공공요금 심의위원회는 매직아일랜드만 들어가는 시민에게 시설이용료 외 별도 입장료 징수를 허가하지 않았다. 롯데는 서울시 방침에도 불구하고 기존 실내 놀이시설인 롯데월드어드벤처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에게만 매직아일랜드 입장을 허용했다. 롯데월드어드벤처와 매직아일랜드는 연결돼 있다.

당시 롯데 측의 입장이 관철돼 현재도 매직아일랜드만 입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석촌호수에는 매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지만 잠겨 있다. 롯데월드 홈페이지의 요금 안내를 보면 ‘어드벤처, 매직아일랜드와 민속박물관은 미이용에 따른 분리 환불 불가능’이라고도 쓰여 있다.

롯데 측의 석촌호수 무상사용 기간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은 1997년 1월 서울시가 석촌호수 내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준공 이후 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매직아일랜드는 1990년 3월 개장했는데 서울시가 1996년 1월에서야 기부채납 시점을 잡았다. 롯데 측이 시설을 무상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하지 않았던 사실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 지적 이후 석촌호수 내 매직아일랜드 무상사용 기간을 둘러싼 논란은 재판으로 이어졌다. 롯데 측은 40년 무상사용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송파구가 무상사용 기간으로 지정한 20년을 인정했다.

롯데와 송파구는 2010년 3월 맺은 10년 계약이 만료된 2020년 3월, 새로운 계약을 다시 한번 체결했다. 송파구는 사업자 입찰 공고를 냈는데 롯데만 참여했다. 롯데는 2024년 3월까지 매직아일랜드를 이용할 수 있다. 송파구청은 2024년에 계약만료가 되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입찰 참가자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파구와 롯데가 더 석촌호수 사용 계약을 맺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롯데는 석촌호수 인공섬 위에 지은 놀이기구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2010년 무상사용기간이 만료되기 전, 송파구는 연구용역을 진행해 놀이시설 유지, 철거 후 공원화, 제3의 기관 조성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와 롯데물산은 지난해부터 석촌호수 수질정화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롯데물산은 지난해부터 석촌호수 수질정화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 ‘석촌호수 마케팅’으로 유동입구 유입

롯데는 석촌호수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일대에 롯데월드몰,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는 석촌호수와 그 인근을 유동인구 유입의 매개로 적극 활용한다.

롯데는 지난 7일 석촌호수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열었다. 롯데 측은 420명 참가자를 받아 석촌호수(동호)에서 수영(1.5㎞)과 롯데월드타워 123층 2917개 계단을 오르는 행사를 진행했다. 송파구에 따르면 공유재산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만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행사는 송파구의 승인 아래 롯데의 비용 지급 없이 진행됐다.

시민들에게 석촌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했던 데에는 석촌호수의 수질 개선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현재 석촌호수(동호)에 가면 송파구청과 롯데물산이 함께 수질개선 작업 중이라고 알리는 시설물이 보인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롯데물산과 송파구, 수질정화업체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질정화사업을 하고 있는데 비용은 롯데 측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2014년 10월 높이 16.5m 대형 고무오리인 ‘러버덕’을 석촌호수에 띄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새로 개장한 롯데월드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석촌호수 위 러버덕은 롯데월드몰에 인파를 유인하려는 마케팅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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