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RE100’ 등 2050탄소중립 선언···재생에너지 확대 마중물

2022.09.15 11:56 입력 2022.09.19 09:08 수정

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제로(0)’로 낮추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에도 동참키로 했다. 다만 현재 국내 전체 전력량 중 재생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은 7%대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는 오히려 낮추고 원전 확대 기조로 뒷걸음치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15일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전환하겠다”며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이 1992년 “환경 관련 지출은 필수 투자”라고 선언한 ‘삼성환경선언’에 이어 30년 만에 발표하는 환경 관련 경영전략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의 친환경 전략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계열사들도 조만간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신환경경영전략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는 가전·휴대전화를 담당하는 DX부문이 203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제품 생산과정과 연료 사용으로 직접 배출하는 탄소(스코프1)와, 화력발전 전력 사용 등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스코프2) 모두에서 순배출을 제로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스코프1에서 760만6000t(톤), 스코프2에서 979만6000t 등 총 1740만t의 탄소를 배출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제공.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체에 더 큰 부담은 스코프2를 줄여 RE100에 참여하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판매하는 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일반 전기요금보다 높은 가격(녹색 프리미엄)을 내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한 전력은 25.8TWh(테라와트시)로, 대부분이 반도체 생산공장이 몰려있는 국내에서 조달됐다. TSMC(18.1TWh), SK하이닉스(11.5TWh), 인텔(9.6TWh), 애플(2.9TWh), LG전자(1.5TWh) 등 경쟁업체의 전력사용량 대비 1.4~17.2배 높은 수준이다.

이번 신환경경영전략에 따라 삼성전자는 사용 전력 대부분을 2050년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내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총량은 43TWh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현대자동차 등 RE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총량에 크게 못미친다. 현재 국내 전력 생산량(577TWh)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7.5%에 그치지만, 205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의 30.2%에서 21.5%로 오히려 낮추고 대신 원전 비중을 높이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스코프2를 줄이는 방법으로 ‘원전’은 넣지 않았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은 역대 최대 재생에너지 수요를 창출해 탄소 없는 전기로의 전환을 규모 있게 가속할 것이라는 데서 의미 있지만, 동시에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겼다”고 말했다. RE100에 참여 중인 국내 주요 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참여하면서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도록 산업계가 압박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스코프1는 물론, 스코프2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RE100에 참여키로 한 것은 현실적으로 반도체 등을 납품하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고객사의 요구와 네덜란드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압력 때문이다. 비영리 에너지·환경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지난 1월 ‘한국 산업계가 직면한 기후 리스크의 손익 영향도 분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일부 글로벌 고객사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부문 매출이 줄면서 23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월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10곳에 서한을 보내 “구체적인 탄소감축 계획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과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연기금들은 삼성전자의 발표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국 정부의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하에서 신환경경영전략의 달성 가능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은 이날 공식 입장문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선언은 한국 경제가 성장해 온 (화석연료 기반)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기후 대응 관련 공약이 상당히 후퇴하는 듯 보이는 현시점에 나왔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KLP는 “삼성전자의 이번 RE100 결정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2050년이란 목표는 주주들에게 더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달성 시점을 당길 것을 주문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조달을 용이하게 만드는 정책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외 환경단체들도 삼성전자가 2050년으로 제시한 탄소 중립 달성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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