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50년 된 ‘다케야마 단지’에 찾아온 변화
축구부원 등 64명 기숙사 활용 4년
빈 점포, 훈련센터·소통 공간 변신
지역 공동체 형성되며 생기 되찾아
낙후된 지역 아파트 단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몇명이 필요할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럴듯한 답안을 써낸 아파트 단지가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도리구 다케야마(竹山) 단지다.
다케야마는 1970년 도쿄 도심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가나가와 현립 주택공사가 요코하마에 조성한 대규모 공영주택 단지다.
요코하마선 가모이역에서 버스 10분 거리로 총 2798가구(분양 2508·임대 290) 규모다. 단지 내 대규모 쇼핑센터와 상점가, 대형 연못까지 조성해 당시에는 미래형 주거단지로 유명했다. 50년 가까이 신혼부부로 북적였던 아파트는 노인 주거단지로 변했다. 다케야마 단지 거주민의 평균 연령은 66세로 요코하마시 미도리구의 평균 연령(47세)을 웃돈다.
고령화율이 50%에 육박하면서 단지 내 빈집이 늘고 주민 간 교류도 끊겼다. 입주민이 줄자 단지 내 점포들도 문을 닫았고, 편의시설이 감소하면서 단지를 떠나는 주민은 더 많아졌다. 고령화가 지역 공동화 현상을 부르고, 공동화는 다시 노후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방치됐던 다케야마는 2020년 5월 단지에서 7㎞ 떨어진 가나가와대학 축구부원이 입주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축구부원 59명(현재 60명)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비어 있던 단지 내 4층과 5층을 기숙사로 활용하기 위해 정착했다. 평균 3명이 한집에 모여 사는 구조로 이용료는 주택공사에 지불한다. 현재 다케야마 단지에는 축구부 코치 가족과 감독을 포함해 모두 64명이 살고 있다. 다케야마 단지를 지난 17일 방문했다.
축구부는 생기를 잃었던 단지를 하나씩 바꿔나갔다. 먼저 아파트 단지 상가 초입에 있던 빈 점포에 다목적 카페를 열었다. 주민 간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하는 카페로 요일별로 카레 전문식당, 노인 건강체조교실, 베이커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카페는 축구부원 주축으로 운영된다. 축구선수 출신 요리사가 카레를 만들고 서빙과 설거지를 축구부원이 맡는 식이다. 건강체조도 축구부 전담 트레이너가 지도하고 축구부원이 보조를 한다.
식당이나 카페, 체조교실에 참여한 축구부원에게는 급여가 지급된다. 운영비는 식당·카페 매출뿐만 아니라 가나가와 대학·현·요코하마시에서 주는 이른바 ‘다케야마 프로젝트’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지역 주민과 대학, 지자체 간 연결고리는 지역 비영리단체(NPO)가 맡아 실무를 진행한다. 카페 운영뿐 아니라 단지 내 청소와 초등학생 스마트폰 교실, 소방대 지원, 지역 농산물 재배와 같은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 구상도 NPO 몫이다.
당초 다케야마 단지 입주를 제안했던 오모리 유자부로 가나가와대학 축구부 감독은 “선수들의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익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선수로서의 기량뿐만 아니라 한 인간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부 입주 4년 만에 다케야마 단지는 달라졌다. 빈 점포는 새로운 트레이닝센터와 커뮤니티센터 등 주민과 축구부원이 함께 활용하는 공간으로 채워졌다. 어린이 식당과 장애인 취업센터 설립도 진행되고 있다. 상가에는 활기가 돌았다. 분양 후 비어 있던 가구를 임대로 전환하면서 공실도 줄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주민들이 축구부를 구심점으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됐다.
다케야마 단지에서 41년째 살고 있는 다키구치 마유미(63)는 “일주일에 사흘은 축구부 카페에 와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며 “젊은 친구들이 와서 거리가 밝아졌고 활기가 넘친다. 축구부가 오기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다케야마 단지를 찾는 방문객도 생기고 있다. 우메자와 에이코(83)는 “이웃 단지에 사는데 요즘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일주일에 3~4번은 이곳을 찾는다”며 “올 때마다 기분 좋고 부럽다. 지역 대학교가 이렇게 활동하는 게 감사하고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