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는 불경기 아닌 감세 때문”···2028년까지 감세액 89조

2024.07.04 15:31 입력 2024.07.04 18:56 수정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2년 연속 세수 부족이 확실시되는 현 상황은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된 감세는 민생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재정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만큼 과세 기반을 강화하는 보편적 누진증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포용재정포럼·참여연대·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4일 국회도서관에서 ‘반복되는 세수부족과 감세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6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125조6000억으로 대규모 세수 부족을 겪었던 지난해보다 8조4000억원 적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하반기에는 국세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지만, 법인세 감소 등 세수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도 2년 연속 세수 결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반복되는 세수 부족에는 경기 요인보다 감세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에 따른 감세규모는 63조2000억원(누적법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명박 정부(-45조8000억) 때보다 감세 규모가 크다. 박근혜 정부(+18조3170억)와 문재인 정부(+1조4200억) 때에는 세수가 증가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감세정책이 민생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낙수효과를 말하지만 실제 법인세 인하로 거둔 투자·고용 효과는 미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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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별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

현 정부의 주요 감세 항목을 보면 법인세가 27조2000억으로 가장 컸다. 이어 소득세(-19조3000억원), 종합부동세(-7조9000억원), 증권거래세(-7조2000억원) 순이었다. 감세가 서민·중산층이 아닌 고소득자·대기업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극화 상황에서 대주주, 고자산계층을 대상으로 한 감세정책은 포퓰리즘”이라며 “과세 기반을 넓히되 고소득·고자산층의 부담을 강화하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기업들의 법인세차감전 순이익은 2020년 4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기업이 낸 법인세는 2020년 1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세금 감면액이 같은 기간 2조7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으로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2028년까지 감세효과가 총 89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2028년까지 총 73조4000억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지난해 반도체 등 세액공제 추가 확대에 따른 감세효과 13조원 등을 더하면 총 감세효과는 최소 89조원”이라고 했다.

반복되는 세수 오차 문제가 재정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선화 국회 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 심의는 정부가 제출한 세수 추계를 기준선으로 삼기 때문에 정확한 세수 추계가 돼야 헌법이 정한 예산 심의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면서 “세수 오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권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했다.

감세 정책이 이어지면서 재정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기여도는 2022년 4분기 0.9%포인트에서 지난해 4분기 0.4%포인트, 올 1분기는 0%포인트로 떨어졌다. 강 교수는 “고성장 시대 종식 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소득세·법인세 과세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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