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信不者탈출 도움안돼

2004.06.01 18:38

대전에 사는 신용불량자 최모씨(39)는 한마음금융(배드뱅크)에 신용회복 지원(채무재조정) 신청을 하려다 전체 연체액 가운데 한마음금융이 재조정할 수 있는 금액이 너무 적어 포기하고 말았다. 최씨는 사기를 당해 사업을 접고 10개 카드사로부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을 끌어쓰면서 4천8백만원의 빚을 연체해 신불자가 됐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담보나 보증인이 있는 채무는 한마음금융으로 넘기지 않아 실제 재조정 대상 금액은 1천9백만원에 불과했다. 한마음금융으로부터 조정을 받더라도 신불자를 벗어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한마음금융이 업무를 시작한 뒤 신불자의 채무재조정 신청이 폭주하면서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한마음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출범한 이후 지난달 말 현재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만8천8백32명에, 신청규모는 1천9백41억원에 이른다. 한마음금융의 문을 두드린 신불자들의 불만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전체 연체액 가운데 실제로 한마음금융으로부터 재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적어 ‘신불자 탈출’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마음금융이 금융기관들과 맺은 협약에 따르면 보증인이 있거나 가압류 등 법적 조치가 진행중인 채권은 금융기관 스스로 채권을 한마음금융에 넘길지를 판단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은 회수 가능성이 있는 담보채권이나 보증인이 있는 채권은 빼놓고 거의 받아낼 가망이 없는 채권만 넘기고 있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사업하다 신불자가 된 사람들 가운데 이런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재조정 대상 채권의 종류·기준을 명확히하고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채권을 넘기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마음금융으로부터 채무재조정을 받으려면 우선 연체 원금의 3%를 갚아야 한다. 그래야 바로 신불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신불자들이 선납금 마련을 위해 사채를 빌렸다가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A&O 같은 일부 대부업체는 신불자에게 연 40%의 금리로 최고 5백만원까지 선납금을 빌려주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대부업체는 신불자에게 대출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한 신불자들이 금리가 200%에 이르는 사채를 얻어 선납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법률사무소 홍관표 변호사는 “현행 한마음금융의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은 신불자의 소득증빙 없이 무조건 신청을 받았다가 다시 연체하게 되면 연 12%의 높은 연체금리를 물리고 있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임동현 부장은 “사고·질병 등에 따른 연체에도 벌칙성 연체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현행 한마음금융의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은 부실채권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금융기관을 돕는 금융기관 회생지원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신현기기자 n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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