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KB사태 재발 막을까

2015.03.01 21:16 입력 2015.03.01 22:01 수정

‘KB의 변화’ 관심 쏠리는 3인

▲ 외압·내분에 ‘수수방관’ 거수기 역할 하던 이사회
‘개미군단 대표’가 나서 당당히 “NO”할지 주목

KB금융지주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최종 후보 7명을 확정했습니다. KB 사외이사는 KB금융 이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할 뿐 아니라 회장 후보를 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 이병남 LG인화원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교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등 3명의 사외이사가 소액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에 올랐습니다. 금융권에서 주주제안으로 사외이사가 정해지는 일은 처음입니다. 특히 이병남 원장과 김유니스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추천한 인물입니다.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거대 금융회사인 KB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경제 뒷담談]첫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KB사태 재발 막을까

KB금융지주는 매번 낙하산 인사로 구설에 휘말렸던 곳이죠. 2009년에는 이사회가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회장 단독후보로 선정했지만 금융당국의 보복성 종합검사로 회장 후보와 일부 사외이사들이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KB사태’도 표면상으로는 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두고 발생한 내분이지만, 실상은 ‘모피아’ 줄을 타고 내려온 임영록 회장과 박근혜 대선캠프를 업고 내려온 이건호 행장 간의 갈등이 본질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정설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이사회와 사외이사들이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CEO)의 거수기로 전락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2010년 신한지주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빚어진 ‘신한사태’에서도 사외이사들은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외부 권력에 휘말리거나 CEO의 통제하에 놓이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대 금융회사에서 CEO의 전횡을 막지 못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작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이 등장한 것입니다.

CEO의 자질과 경영을 평가하는 과정에 주주가 참여토록 하자는 겁니다.

이번에 김상조 교수의 추천을 받은 이병남 원장은 인적자원개발 및 노사관계 분야 전문가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영전략 분야에도 정통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죠. 김 교수는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KB가 인적개발 역량을 쌓는 계기를 마련해달라는 취지에서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장하성 교수 추천을 받은 김유니스 교수는 20년 이상 금융업계에 종사한 준법감시 전문가입니다. 하나금융지주, 일본 씨티그룹 등 국내외 금융회사의 최고준법감시인 등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하기 위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나섰습니다. 사외이사 후보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0.25%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병남 원장 추천에 참여한 주주들은 실질주주증명서를 첨부해야 했는데 이 경우 6주 동안 주식거래가 중지됩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KB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지요. KB가 1표를 가진 주주에게도 예비후보 추천 기회를 주면서 김유니스 교수 추천도 가능했습니다. 소액주주들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찾았나. 당연히 ‘오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KB금융지주도 사외이사의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사외이사에 대한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를 실시해 매년 하위 2명의 사외이사를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입니다.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으로 ‘KB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요. 김상조 교수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추천한 사외이사들께 만약 외압이 있으면 ‘노(No)’라고 해줄 것을 부탁드렸고, 노조와는 건설적인 토론을 해줄 것을 말씀드렸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진 않겠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KB금융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내·외부 인사들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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