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가계부채

꽉 닫힌 지갑… 빚 부담에 미래 불안 등 겹쳐 가계 ‘쌓아둔 돈’ 작년 91조원

2015.03.23 21:48 입력 2015.03.23 22:32 수정

지난해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갑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계치에 달한 가계부채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쌓아둔 돈이 9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에 비해 4조원 넘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91조7000억원으로 1년 새 4조3000억원 늘었다. 자금잉여는 예금·보험·주식 등에 예치해 굴린 돈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빌린 돈을 뺀 것이다. 가계에서 자금잉여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잉여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은 쓰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계 자금잉여는 2012년 77조6000억원, 2013년 87조4000억원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노후 대비와 경기 불안 등이 겹치면서 돈을 쌓아두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홀’ 가계부채]꽉 닫힌 지갑… 빚 부담에 미래 불안 등 겹쳐 가계 ‘쌓아둔 돈’ 작년 91조원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0만원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72만9000원만 쓴다는 얘기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 1.7%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쌓아둔 돈도 늘었지만 빌린 돈도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얼마나 돈을 빌렸는지를 나타내는 자금조달 규모는 7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조3000억원 늘었다. 빌린 돈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다. 만기 1년이 넘는 은행 장기차입금이 32조8000억원에서 51조1000억원으로 18조3000억원 급증했다. 전세자금 용도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되는 1년 이하의 은행 단기차입금도 4조4000억원에서 13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저축성예금이 2013년 27조원에서 지난해 49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출도 증가했지만 쌓아두는 돈이 더 크게 늘면서 자금잉여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가계부문의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은 2885조8000억원으로 금융부채(1295조원)의 2.23배였다. 2013년 2.19배에서 소폭 개선됐다.

기업부문은 설비투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3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규모가 금융기관에 예치한 돈보다 많다는 뜻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으로 소비 진작을 위해 내놓은 규제 완화나 금리 인하 등의 정책이 소비자들의 소비와 저축에 눈에 띄는 영향을 준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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