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가계부채

창업·취업 종잣돈 ‘저금리 대출’로 저소득층 소득 늘려야

2015.03.23 21:48 입력 2015.03.23 22:32 수정

(하) 해법은 뭔가

▲ 정부, 가계부채 전수조사 등 정확한 데이터 마련 필요
단순한 원금 탕감 등 한계… 상환 취약 계층에 초점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8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정부는 일관되게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다. 경제 성장 국면에선 어느 정도 부채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고, 가계가 대거 파산해 금융기관까지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의 총량이나 증가 속도가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당장 우리 경제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한국 경제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 것에 비하면 정부 인식이 너무 낙관적인 데다, 자산이나 소득이 적으면서 빚이 과도한 저소득층의 리스크를 줄이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3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를 넘었다는 건 내수를 짓누르고 침체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강한 충격으로 신흥국 시장을 압박하게 된다면 그때에도 당국이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부동산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때 기대했던 건 은행권 대출이 다소 늘더라도 비은행권의 고리 대출을 흡수해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거였다”며 “하지만 은행권 대출이 너무 많이 늘었고, 비은행권까지 같이 늘어나는 등 부채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빚을 과도하게 지고 있는 저소득층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저소득층이 전체 가계의 15% 정도인데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다고 했다가 흐지부지됐다”며 “부담이 과도한 사람이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악성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없이 괜찮다고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상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조 연구위원은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계층은 정부가 굳이 유도하지 않아도 알아서 대출 전환을 할 수 있다”며 “문제는 전환 대출조차 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차피 간접적으로 정부 돈이 들어가는 형태라면 원금 탕감이나 부채 조정으로 끝낼 게 아니라 취업·창업의 종잣돈을 저금리로 빌려줘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금리가 상승하자 정부가 변동금리로 갈아타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한다”며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이득을 보는 쪽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쪽도 있게 마련인데, 왜 굳이 정부가 나서서 간섭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신 교수는 “과거 추이를 볼 때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많이 내려가고, 투자 확대보다는 소비 감소효과가 더 크다”며 “금리를 내려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금리 인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반면 조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경기나 물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맞고, 가계부채는 미시적으로 접근할 문제”라며 “금리를 낮추면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여 경제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신세돈 교수·조영무 연구원(왼쪽부터)

김상조 교수·신세돈 교수·조영무 연구원(왼쪽부터)

■ 김상조 한성대 교수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경제 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가계부채를 더 이상 늘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자산에 비해 과도하게 금융 빚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추가 금리 인하는 이자소득을 줄여 소비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저소득층이 과도하게 빚을 지지 않도록 하고, 원금 탕감보다 가계의 취업·창업 지원 등 소득을 늘려주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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