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안정·연륜’에 방점…문 정부 경제팀과 호흡 잘 맞아

2018.03.02 20:53 입력 2018.03.02 21:10 수정

이주열 한은 총재 연임 배경

미 금리인상기 대응 등 과제 산적

이 총재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유임된 배경에는 안정적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란 문재인 대통령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준금리 인상 압박, 가계부채 문제 해결 등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정교하게 이끌 연륜을 먼저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한은 역사상 세 번째로 연임하는 총재가 된다.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첫 번째 연임이 된다.

4년간 더 한은을 이끌게 된 이 총재는 강원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한은에 입행,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을 거쳐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와 부총재를 역임했고 2014년 총재로 발탁됐다. 2012년 봄 부총재를 끝으로 한은을 떠나 잠시 대학 강단에 선 것을 빼면 39년간 중앙은행에서만 근무한 정통 ‘한은맨’이다.

이 총재가 연임 임기를 채우면 이성태 전 총재가 갖고 있던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2년)도 경신하게 된다. 이 총재는 한은 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강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4월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명분으로 국책은행 출자를 압박했을 때 이 총재는 “(총재의) 직을 걸고 막겠다”며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도 했다. 대외 소통은 신중한 스타일이다. 임기 중 3%대 성장률과 2% 근접하는 물가로 거시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등 재임 기간에 대한 평가도 괜찮은 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은 총재에 발탁됐지만 현 정부 경제팀과도 호흡이 잘 맞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두 사람은 지난 8개월 동안 5차례나 만나 경제 현안을 의논해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는 학창 시절 동향 출신 기숙사인 강원학사에서 인연을 맺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문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유임 배경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012년 개정된 한은법에 따라 역대 한은 총재로는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당시 공개된 재산은 금통위원 7명 중 최하위였고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점에 비춰 이번 연임 청문회도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미국 기준금리(1.25~1.50%) 상단은 한국 기준금리(1.50%)와 같다. 이달 중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10년7개월 만에 역전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선진국 통화정책이 정상궤도로 접어들면서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고, 여기에 매파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상대해야 한다”며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문제, 산업구조조정 문제 등 난제들에 대해 정교하고도 시의적절한 통화정책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청와대의 유임 결정 발표 후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은 총재 연임은)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에 처음 지명받았을 때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내외 여건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쁨보다 책임의 막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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