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우리 삶이 바뀐다

美의회 물불 안가린 ‘파상 공세’

2007.04.01 18:3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빅 브라더스’는 미국 의회다. 막판에 이르러 ‘시한연장’이라는 예기치 않은 카드가 등장,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의 방정식은 미국 의회라는 변수를 대입하지 않고는 풀리지 않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1일 오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이 열리고 있는 남산 하얏트호텔 협상장에 동행없이 들어서고 있다. /김정근기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1일 오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이 열리고 있는 남산 하얏트호텔 협상장에 동행없이 들어서고 있다. /김정근기자

당장에 한국과 미국이 당초 설정한 협상시한(30일)이 48시간 연장된 것도 미국 의회의 입김 때문이다.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는 “(미국측이) 의회와 협의해 협상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양국의 협상단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에 대해 미국 의회가 보이콧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지배적인 진단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협상 결과를 전해들은 미국 의회 지도부가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면서 추가 협상을 강력히 주문했다는 것이다. 실제 낸시 팰로시 하원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9일 수전 슈와브 USTR대표에게 협상노선의 변경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자동차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협상이 미국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한국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FTA 승인권을 갖고 있는 의회, 그것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강한 요구는 미국 협상단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초 협상시한 불과 몇 시간 전인 지난 30일 오후까지도 “오늘 밤 자정이 데드라인(마감시한)”이라며 협상시한 연장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던 미측 협상단이 먼저 시한연장을 제안한 배경은, 이같은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대입하면 풀린다.

미국 의회의 압력은 자동차 부문 뿐 아니다. 자동차와 함께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쇠고기 협상 역시 미국 의회의 막판 압력이 결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몬태나주와 아이오와주 등 축산농가가 많은 지역의 상원 의원들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 승인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FTA 승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민주), 콜린 피터슨 하원 농무위원장(민주) 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FTA 협상 타결 못지않게 협상안의 의회 승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마이크 조핸스 농무장관이 협상 막판 잇따라 쇠고기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측을 압박한 것 역시 미국 의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이 담겨 있다는 풀이다.

미국 의회의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의 찰스 랭겔 하원 세출위원장과 샌더 레빈 무역소위원장은 지난 30일 의미심장한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과의 FTA 타결 통보를 받게 되면 이제 의회가 그 검토에 들아간다는 점을 행정부에 상기시킨다”는 내용이다. 검토 기간은 “의회가 합의안을 이해하고 특별한 우려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리고 “(검토기간이) FTA의 완성 뿐아니라 노동이나 환경, 지적재산권 같은 두드러진 문제들에 대한 필요한 변경을 기하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과 미국 정부의 FTA 합의안을 일부 수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워싱턴의 통상전문가들은 “미 의회는 신속협상권(TPA)에 따라 권한을 행정부에 위임한 만큼 합의안에 대한 수정권한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협상안 수정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미국 의회의 협상 관여와 압력이 그만큼 전방위적이라는 방증이다. 한국은 정부 대표단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는 반면에 미측은 USTR협상팀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채 협상안 ‘승인권’을 거머쥔 상·하원이 실질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워싱턴|김진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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