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에서 착안해 투명한 둥근얼음 개발했죠”

2021.07.29 15:57 입력 2021.07.29 16:19 수정

LG전자의 연동환 키친어플라이언스 상품기획팀 선임(왼쪽)과 이욱용 냉장고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LG전자 매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크래프트아이스 (둥근 얼음)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냉장고가 크래프트아이스 제조 기능을 탑재한 ‘LG 디오스 얼음정수기 오브제컬렉션’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연동환 키친어플라이언스 상품기획팀 선임(왼쪽)과 이욱용 냉장고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LG전자 매장에서 인터뷰에 앞서 크래프트아이스 (둥근 얼음)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냉장고가 크래프트아이스 제조 기능을 탑재한 ‘LG 디오스 얼음정수기 오브제컬렉션’이다. LG전자 제공

올 여름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에 홈카페 열풍이 일면서 얼음정수기냉장고가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올해 크래프트아이스(천천히 녹는 투명한 둥근 얼음) 제조 기능을 탑재한 ‘LG 디오스 얼음정수기냉장고 오브제컬렉션’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5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이 제품의 7월 판매량은 6월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무엇이 인기를 가능하게 했는지,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더서울현대의 LG전자 매장에서 개발자와 상품기획자를 인터뷰했다.

개발자인 이욱용 LG전자 냉장고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52)은 크래프트아이스의 기원에 대해 “원래 2012년 출범한 프로젝트명은 ‘드래곤볼’이었다”며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로 만화 드래곤볼처럼 7개의 둥근 얼음을 만드는 콘셉트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연구팀은 2013년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금처럼 투명한 얼음은 아니었고, 시장 상황이 성숙치 않아서 출시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욱용 LG전자 냉장고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 LG전자 제공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욱용 LG전자 냉장고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 LG전자 제공

둥근 얼음이 다시 추진된 건 2016년이었다. 연동환 키친어플라이언스 상품기획팀 선임(37)은 “미국에서 얼음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홈파티 문화에 맞춰 천천히 녹고 예쁜 얼음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둥근 모양의 얼음을 한번에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처음엔 반구 형태로 2개를 만든 뒤 붙이는 걸 시도했는데, 붙이려면 표면을 녹여야 하고, 접합 부위가 예쁘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했다.

얼음이 예쁘려면 투명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이 고민을 해결한 힌트는 ‘고드름’에서 나왔다. 이 연구원은 “문득 어릴 때 처마 밑에 고드름이 투명했던 기억이 났다”며 “고드름을 연구하면 답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고드름이 투명한 건 위에서부터 천천히 얼기 때문이었다. 밑에서부터 얼면 얼음이 투명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여기에 물이 섭씨 4도일 때 밀도가 가장 높고 무겁다는 과학 원리를 더했다. 이 연구원은 “얼음 틀의 아랫부분을 4도로 맞춰 물이 순환하지 않게 한 후 위에서부터 얼렸더니 투명한 얼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얼음 크기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큰 고민이었다. 연구팀은 미국 아마존에서 많이 팔리는 텀블러와 컵들을 모두 해외직구로 구입했다. 그 컵들의 지름을 일일이 재고 가장 보편적인 사이즈가 5cm라고 결론냈다. 크기가 커서 하루에 3개 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평소에 쓰는 얼음은 디스펜서에서 충분히 나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나중에 미국 소비자들이 우리 얼음을 보고 ‘퍼펙트 사이즈’라고 좋아한다는 얘길 듣고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동환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 상품기획팀 선임. LG전자 제공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연동환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 상품기획팀 선임. LG전자 제공

2019년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뒤 올해 4월엔 국내에도 출시했다. 한국에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등 얼음 선호 트렌드가 있어 수요는 충분하리라 봤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연 선임은 “밀레니얼세대인 30대 구매율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40대, 50대 순이었다”며 “30대에 홈술 문화가 발달했고, 아직 집이 작은 경우가 많아 공간 효율성을 생각해 정수기 대신 얼음정수기냉장고를 사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선 홈카페용으로 크래프트아이스를 쓰는 일이 많았다. 연 선임은 “국내 고객 조사에선 주류보다 음료에서 만족도가 더 컸다”며 “크래프트아이스를 잔에 넣어 커피를 만드니 예뻐서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 고객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부인이 기존 얼음은 여러개를 넣으니 커피 맛을 흐리는데, 이건 하나만 넣으면 적당히 시원하면서 천천히 녹기 때문에 오랫동안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좋아한다”고 했다.

“인기가 좋으니 경쟁사에서 곧 따라하지 않을까”란 질문에 이 연구원은 “지금 기술은 우리가 특허를 확보했기 때문에, 우리 기술을 회피해서 만들려면 오랜시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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