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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지자체 잘못에 날아간 241억원···감사원 "항공사에 702억여원 과세해라"

2022.06.07 15:56 입력 2022.06.09 16:37 수정

인천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잘못된 지침과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법해석 탓에 1000억원에 가까운 취득세가 누락돼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 중 241억원은 제척기간이 지나 더이상 부과할 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실시한 ‘개발사업분야 등 취득세 과세실태’ 특정사안 감사 결과 서울 강서구청 등 전국 8개 지자체가 2008년 11월부터 항공업체에 부과해야 할 항공기 취득세 973억원을 부과하지 않은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행안부장관에 주의통보를 내렸다. 또 각 지자체에 취득세 부과 제척기간 내에 있는 나머지 702억여 원을 징수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지방세법은 항공기 정치장(定置場)이 있는 각 지자체는 국내 항공업체(수입자)가 외국인 소유 항공기를 직접 사용하거나 대여 목적으로 임차수입한 경우 취득세를 징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취득(간주 취득)’인지, ‘직접 취득’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조가 달라 현장에서는 혼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자체는 통상의 징수 방식대로 외국에서 항공기를 빌려와 국내에서 운항업무를 하는 항공업체에 대해 ‘간주취득 조항’에 근거해 과세를 해왔다. 빌려오는 형태로 항공기를 가져왔더라도 리스계약 기간 중에는 수입자인 항공업체가 항공기를 실제 보유하며 배타적 사용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보고(간주) 과세해온 것이다.

실제 국내 항공업체의 운용리스 항공기 도입실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2021년 7월 2일 기준 국내 11개 항공업체가 국적기로 등록한 381대의 항공기 가운데 절반 이상인 206대가 외국에서 운용리스로 들여왔다. 저가 항공사는 96.9%가 운용리스였다. 사실상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항공업을 운영하는 업체는 거의 없는 셈이다.

특히 항공기 대여방식이 리스기간을 통상 8년으로 계약한 후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방식으로 항공기의 경제적 내용연수인 12년을 초과할 때까지 계속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기를 더이상 운항할 수 없기 전까지 리스형태로 운영하며, 사실상 배타적 점유권을 행사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2008년 11월부터 국내 항공업체에 취득세를 과세하지 않은 것은 조세심판원의 심판을 좁게 해석한 지자체와 대법원의 판결을 잘못 해석한 행정안전부의 법해석에 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06년 7월 항공업체 주식회사 A사가 인천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부과취소소송에서 “국내 대여시설 이용자가 이를 직접 사용하기 위해 외국인 소유의 시설대여물건을 수입한 경우까지 간주취득 조항의 과세요건을 적용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에 따라 행안부는 2007년 7월 20일 지방세법상 최초 간주취득 조항의 과세요건에 ‘직접사용 목적’을 추가했다. 사실상 직접사용이든 간접사용이든 외국에서 항공기를 들여와 이용했다면 모두 과세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완료한 것이다.

개정법에 따라 항공기 정치장이 있는 전국 15개 지자체는 임차수입 항공기 중 ‘대여’목적 뿐만 아니라 ‘직접 사용’의 경우에도 리스 종류의 구분없이 취득세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지자체는 13년 넘게 항공업체에 과세를 하지 않았다. 2008년 11월 조세심판원이 직접 사용 목적으로 운용리스 항공기에 대해 농어촌특별세 부과를 취소한다는 판단을 내린 이후 모든 지자체가 과세를 중단한 것이다.

행안부는 2019년 1월 각 지자체에 배포하는 취득세 담당자용 업무교재인 <2019 지방세 업무 메뉴얼>에서도 ‘운용리스(과세대상 아님)’로 명시해 강서구에서만 2개 항공업체가 수입 운용리스한 항공기 18대에 대한 취득세 등 54억원의 과세가 누락됐다. 이같은 방식으로 2008년 11월부터 강서구를 비롯해 전국 8개 지자체가 241억원을 부과하지 않은 채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에 주의조치를 내리는 한편 서울 강서구청장 등 8개 지자체 장에게 지방세법 제21조에 따라 11개 항공업체로부터 무신고된 운용리스 항공기 취득세 702억여 원을 조속히 부과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항공업계는 그러나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감사원 의견과 달리 법제처는 2021년 12월 7일 ‘운용리스 방식으로 수입하는 경우, 법률적·형식적·실질적으로 계속 외국 리스회사가 항공기 소유권을 보유하므로 취득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는 법령해석을 내렸다”며 감사결과를 반박했다.

이어 “임차 방식으로 항공기를 수입할 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되는지 여부를 놓고 이미 대법원 및 조세심판원에서 과세대상이 아닌 것으로 해석을 했고, 항공업계는 이를 통용된 지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감사원이 직접 법제처에 질의한 결과 역시 동일하게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행안부에 주의 조치 등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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