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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임, 포레드림, 에버시움… LH 아파트의 LH 지우기, 왜?

2023.10.03 17:19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에서 ‘LH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공공기관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희망단지명 적용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이날 기준 시범사업 대상 4곳 중 3곳이 LH 이름을 지우기로 결정했다.

남양주 별내 A1-1은 기존 단지명이었던 ‘별가람마을 1-1’을 포함한 15개안을 대상으로 입주민 투표를 진행해 ‘별내 별헤임’으로 단지명을 변경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S10은 ‘과천 포레드림’으로, LH강남3은 ‘강남 에버시움’으로 단지명을 바꿨다. 시범사업 대상인 4개 단지 중에서는 도봉주공1단지만 유일하게 기존 단지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성남 백현동의 한 휴먼시아(LH 자체브랜드) 아파트. 류인하 기자

성남 백현동의 한 휴먼시아(LH 자체브랜드) 아파트. 류인하 기자

해당 시범사업은 입주민들이 원할 경우 아파트 외벽의 LH 브랜드를 지우고, 원하는 단지명을 쓸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지명은 입주자 제안, LH 제안안, LH가 드러난 기존 단지명, 시공사 민간 브랜드 등 4가지 안 중에서 입주자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다. 이번에 단지명을 바꾼 3단지는 모두 LH 제안안이 최종 채택됐다. 주택 소유권자인 LH가 직접 LH가 드러나지 않는 단지명을 제안한 것이다.

국토부와 LH는 해당 시범사업을 도입한 배경으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해소’를 들었다. LH 임대주택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차별과 낙인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니, 민간 분양단지와 구분되지 않는 단지명을 붙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단지명에서 LH를 뺄 수 있게 해달라는 입주자들의 민원이나 국회 지적도 잇따랐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엘거(LH 주택 거주자)’ ‘휴거(LH 자체브랜드인 휴먼시아 거주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다”며 “근본 대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낙인효과를 당장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LH 아파트의 ‘LH 지우기’가 사회적 낙인효과를 더 강화킬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미 LH 임대주택에 살고 있거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은 이들은 스스로를 숨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해 주거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은 LH의 존재 이유”라면서 “공공주택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이유로 LH 브랜드를 지우겠다는 것은 LH 스스로 공공성이라는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임대와 분양단지가 외견 상 명백하게 구분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수분양자에 비해 임차인의 제도적 권리는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그대로 두고, 단지명만 바꿔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핵심을 빗겨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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