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특별법 ‘연내 통과’ 불투명… 국회 문턱 어디서 걸렸나

2023.11.13 17:35 입력 2023.11.13 19:37 수정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9개월 넘게 법안 통과 첫 관문인 국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법 주요 내용이 공개된 뒤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단지들은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국회 계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관련기사 : ‘1기 신도시’ 밑그림 나왔다…안전진단 면제·용적률 500%허용

사실상 ‘1기신도시 특별법’?

13일 현재 국회에는 지난 3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부·여당안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총 13건의 관련법이 상정돼있다.

지난 5월부터 총 3차례에 걸쳐 소위원회가 열렸는데, ‘총론’ 수준만 언급된 정부안을 구체화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법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하는 지적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지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론적으로는 ‘20년 이상’이라는 연령 기준과 ‘100만㎡ 이상’이라는 면적 기준을 충족한 전국 구도심 어디나 대상이 될수 있다. 하지만 이정도 크기의 대형 도심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수도권 1기 신도시를 타깃으로 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있는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1기 신도시의 특수성이 있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건설’ 목표에 따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이러한 대규모 주택공급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었던데다, 허허벌판에 집을 지었던 초기 조성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수십만명이 정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주와 정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별도의 특별법 제정이 추진됐다.

특별법 상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 용적률 완화와 안전진단 면제와 같은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목표로 조성된 1기 신도시들은 평균 용적률이 184~205%로 높은 편으로, 기존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을 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익 부천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원희룡 장관, 신상진 성남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익 부천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원희룡 장관, 신상진 성남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국토교통부 제공

소위원회 주요 쟁점은 ‘실현가능성’

3차례에 걸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해 보면 우선 용적률과 안전진단 면제 조치를 두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기존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을 하는 다른 지역은 법정 상한 용적률(300%)을 적용받지만,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할 경우 기존 대비 100분의 150 이하 범위(450%)까지 용적률 상한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1·2기 신도시는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특혜를 부여받았는데 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김정주 국민의힘 의원도 “지방의 경우 지붕개선만 해도 삶의 질이 올라가는 반면 이 법은 수도권의 재산증식에 방점이 찍혔다”며 “법안 추진에 소외감을 느끼는 지방 주민들이 많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했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100만~15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이주대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도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다. 정부안은 특별시장이나 시장군수가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수립하도록 했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이주대책에 임차인, 상인들, 세입자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냐”며 “나중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때 (논의)하겠다는 것은 갈등을 뒤로 미루는 것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광역대중교통 정책 수립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위례·김포신도시처럼 적기에 교통시설을 확보 못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며 “어떤 간선교통망을 놓을지 결정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법에 분명히 정해둬야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 1기 신도시 시장들 “용적률 500% 과도···이주대책 없인 정비사업 불가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맨 왼쪽)이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기 신도시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기 성남(분당), 고양(일산), 안양(평촌), 군포(산본), 부천(중동) 등 1기 신도시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맨 왼쪽)이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기 신도시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기 성남(분당), 고양(일산), 안양(평촌), 군포(산본), 부천(중동) 등 1기 신도시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토부 “연내 법안통과 기대”

오는 22일로 예정된 다음 소위원회는 특별법의 대상이 되는 ‘노후계획도시’의 구체적인 정의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이라도 한번에 모든 단지들을 정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100만㎡ 이상 택지지구에 있는 모든 주민들이 당장 정비사업이 가능하다고 여기게 하는 것은 ‘희망고문’일 수 있다”(맹성규 의원)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우선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당신도시부터 15년에 걸쳐 ‘순환정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비사업의 단위가 되는 ‘특별정비구역’은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한개의 블록(아파트 3~4개 단지 규모)으로 정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여야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신도시 용적률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한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연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제정 절차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11월 소위 통과를 전제로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용적률을 450%까지 상향할수 있지만 일률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지자체별로 주거환경 영향, 밀도 등을 감안해 내년 중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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