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경없는 미세먼지, 남 탓만 할 텐가

2018.10.01 06:00 입력 2018.10.01 06:01 수정

당국, 5년간 ‘원인 찾기’에만 급급

대기청정국가, 강력한 정책의지로 자국 내 오염물질부터 줄여나가

[파란 하늘을 찾아-미세먼지 해외견문록](1)국경없는 미세먼지, 남 탓만 할 텐가

“중국이 일부러 한국으로 공해물질을 보내는 건 아니잖아요. 비행기로도 두 시간 거리인데 트럭으로 싣고 가지 않는 이상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난 8월 중국의 미세먼지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 딩신장 마을에서 만난 왕쭈엔(41)은 “미세먼지 때문에 ‘반중’ 감정까지 생겼다니 믿기가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만난 베이징 시민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정책 시행 이후 ‘맑은 하늘(藍天)’이 많아지고 있다” “변화를 체감한다” “공기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수년간 중국 정부가 벌인 ‘미세먼지와의 전쟁’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인들이 고농도 미세먼지 주범으로 중국을 꼽는다는 얘기엔 더욱 의아해했다.

[파란 하늘을 찾아-미세먼지 해외견문록](1)국경없는 미세먼지, 남 탓만 할 텐가

한국 사회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 5년여가 지났지만 당국은 여전히 원인 찾기에 급급하다. 노후 경유차와 선박, 비산 먼지, 교통 정체, 석탄화력발전소, 철강·시멘트업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오염원을 지목하고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답 없는 횡보와 갈팡질팡 속에서 ‘콜록콜록’하며, 마스크다 공기청정기다 하며 미세먼지를 각자의 문제로 떠안은 시민들의 분노는 쌓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중국발 미세먼지에만 초점을 두면서 국내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나 기후변화(풍속 저하)로 인한 고농도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대책에는 시민들이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지 꼬여 있고 상황은 악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는 초겨울부터 나빠지기 시작해 황사와 겹치는 봄철에 절정을 이룬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한국보다 먼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고통을 겪고 극복한 나라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경성 오염물질로 고통을 겪는 나라들을 두루 살펴봤다. 맑은 하늘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국 베이징과 최악의 대기오염을 이겨낸 미국 로스앤젤레스·일본 기타큐슈에서는 정부의 강한 정책의지와 시민들의 동참이 최우선 해법이었다.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할인정책이 정치적 의도에 의해 공격당하는 한국 사회와 달리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빈틈없는 교통정책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산불로 인한 월경성 미세먼지(연무)로 고통을 겪는 싱가포르에선 결국 국제적인 협력이 해법임을 확인했다.

한국보다 훨씬 대기질이 좋으면서도 오염물질 저감에 힘쓰고 있는 ‘대기청정국가’에서 볼 때 한국 정부와 지자체들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냈는지는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연재를 시작하며 미세먼지로 덮여가는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져본다. ‘다른 나라 탓만 하면서 한국 내 미세먼지 배출원에는 눈감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자체는, 시민은, 기업은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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