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양이에 대한 혐오와 열렬한 사랑 사이

2019.07.04 19:15 입력 2019.07.04 23:34 수정
   

우리나라 국민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언론 보도에 ‘애완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기사는 2000여건으로 ‘반려동물’로 지칭한 기사보다 100여회 더 많았다. 그런데 2018년에는 대폭 역전되어 ‘반려동물’ 용어를 사용한 기사 1만2000건이 생성되는 동안 이들을 ‘애완동물’로 지칭한 기사는 1900건에 그쳤다.

국민들의 인식 변화는 특히 고양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한국에서도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대폭 증가하면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름답고 작은 체구를 가진 데다 조용한 고양이는 도시 환경이나 집을 많이 비우는 1인 가구에 적합한 동물로 여겨지면서 점점 더 많이 반려동물로 선택되고 있다. 동그란 얼굴과 보드랍고 유려한 실루엣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대형 포털에는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고양이들에 관한 사연과 사진이 올라온다. 많은 이들이 고양이에 매료된 듯하다.

그러나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학대 사건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끼 젖을 먹이는 어미 고양이를 이유 없이 패대기쳐 죽이는 야만적 사건부터 아기 고양이를 죽여 반토막 내 내장을 들어내거나 고양이의 신체 일부를 잘라내 투기한 사건 등 병든 정신의 발로라고밖에 할 수 없는 끔찍한 학대가 유독 고양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학대 사건들은 특히 사람에게 키워지다 버려진 유기묘나 방어력이 부족한 아기 고양이, 그리고 출산 후 경계심이 흐트러진 수유묘를 대상으로 은밀하게 자행된다. 이런 극단적인 학대 외에도 고양이에 대한 비과학적인 미신과 이로 인한 이유 없는 혐오로 인해 한국 고양이들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갈 곳이 없어 자동차 엔진룸에 숨어 있는 아기 고양이. 길고양이들의 삶의 환경은 더할 수 없이 척박하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갈 곳이 없어 자동차 엔진룸에 숨어 있는 아기 고양이. 길고양이들의 삶의 환경은 더할 수 없이 척박하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그러니까 국내에선 고양이에 대한 맹렬한 혐오부터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하려는 열렬한 사랑까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인식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박스집에 들어가 있는 아픈 고양이 오른쪽 옆 담장에 고양이 혐오자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못이 보인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누군가가 만들어 준 박스집에 들어가 있는 아픈 고양이 오른쪽 옆 담장에 고양이 혐오자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못이 보인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누군가가 만들어 준 박스집에 들어가 있는 아픈 고양이 오른쪽 옆 담장에 고양이 혐오자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못이 보인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누군가가 만들어 준 박스집에 들어가 있는 아픈 고양이 오른쪽 옆 담장에 고양이 혐오자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못이 보인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상이한 것일까. 고양이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와 미신이 인류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선택하며 사랑하는 지금까지도 여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잔악한 학대를 경계할 처방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먹는 설치류 조절자이자 포식자로서 인류 곁에 왔다. 개가 나약한 인간을 야생동물로부터 보호해주며 조력한 것과는 다른 방식의 조력이다. 고양이는 ‘현재’는 반려동물로서 개와 함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엄연히 사자나 호랑이, 표범이나 재규어, 치타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이다. 동그란 얼굴에 숨겨진 뾰족한 송곳니와 부드러운 발에 감추어진 강인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이 동물이 천생 사냥꾼임을 말해준다. 깃털이나 쥐돌이 같은 장난감에 몰입하는 모습은 내재한 사냥본능이 언제든 발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가 사람과 함께 산책과 탐험을 하며 인간과 교류의 시간을 즐기는 것과 다르다. 대형 포식자 맹수들을 두려워하며 피하고자 했던 인류의 오래된 기억이 고양이에게도 작동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한때는 품종묘로 사랑받았으나 버려져 질병과 공포에 떨게 된 유기묘. 카라 활동가가 구조하여 입양 보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한때는 품종묘로 사랑받았으나 버려져 질병과 공포에 떨게 된 유기묘. 카라 활동가가 구조하여 입양 보냈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버려진 개들은 일부 강인하고 자생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고양이들은 독보적인 적응력으로 도시 환경부터 척박한 야생까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고양이에 대한 평가와 적용되는 법률도 달라진다. 고양이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고양이에 대한 천차만별의 인식과 혼란스러운 대응을 불러온다.

주민이 설치해놓은 아름다운 길고양이 급식소. 발상의 전환 혹은 역발상은 동물보호 영역에서 특히나 절실히 필요하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주민이 설치해놓은 아름다운 길고양이 급식소. 발상의 전환 혹은 역발상은 동물보호 영역에서 특히나 절실히 필요하다. 동물권단체 카라 제공.

그러나 인간이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한 거리에서 삶을 이어가는 길고양이를 탓할 수도, 산으로 간 고양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불필요한 퇴행적 갈등을 일으키고 애꿎은 동물을 탓할 시간에 거리의 고양이들을 가정으로, 산의 고양이들을 사람 곁으로 다시 불러와 공존할 방안을 찾는 게 훨씬 현명하다.

전진경 동물권단체 카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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