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데이터 얻기 위해서라도 아픈 동물로 실험하면 안됩니다”

2019.07.04 21:06 입력 2019.07.05 17:24 수정

‘실험동물 복지’ 국회 토론회

“정확한 데이터 얻기 위해서라도 아픈 동물로 실험하면 안됩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라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픈 동물로 실험을 해서는 안됩니다. 실험동물 복지는 부가적인 것이 아닌 ‘기본’입니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실험동물 복지 이대로 좋은가? 동물실험 정책의 현 주소’ 토론회에서 강병철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한 실험을 예로 들었다. 각성제의 일종인 암페타민의 독성을 실험쥐를 사용해 알아보는 연구였다. 그런데 쥐의 개체당 면적에 따라 사망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한 그룹당 쥐를 32마리 빽빽하게 넣어서 쥐 한 마리당 면적이 18㎠에 불과했을 때는 사망률이 94%에 달한 반면, 그룹당 쥐가 2마리, 4마리로 쥐 한 마리당 면적이 각각 296㎠, 148㎠로 훨씬 넓어지자 사망률이 0%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달 발표한 실험동물 실태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372만7163마리로 전년도와 비교해 20.9% 증가했다. 실험동물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덜어줄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윤준호 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최근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구실의 사역견 학대논란으로 불거진 비윤리적인 동물실험과 관련된 국내 실험동물과 관련 있는 법·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기동민·윤준호 의원과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공동주최로 ‘동물실험 정책의 현 주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벳 제공

지난 3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기동민·윤준호 의원과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공동주최로 ‘동물실험 정책의 현 주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벳 제공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강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동물 복지와 관리를 전담하는 수의사 고용이 의무화된 곳이 많지만, 국내의 경우 400여개 동물실험 기관 중 수의사가 없는 기관은 340여개”라며 “연구자들도 실험동물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실험동물 환경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기관당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 수가 최대 15명에 불과하다”면서 “인원수를 늘려달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하자 법에 정해진 수라며 안된다고 했다가 최근 서울대 수의대 사건 이후 법을 개정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서울대의 경우 윤리위가 연간 1400건의 실험을 검토해야 하는데 수정, 재심의 건까지 합하면 연간 8000건을 봐야 한다”며 “15명이 이 많은 실험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동물보호법에 실험동물의 보호와 복지 개선을 위한 정부와 시험기관의 책무를 명시해야 한다”며 국가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립해 정부의 동물실험 윤리 확립을 위한 범부처적인 협조체계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농식품부 김동현 동물복지정책팀장은 “윤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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