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홀로 남겨진 어린 야생동물, 연민 호기심으로 기르지 마세요

2019.07.04 19:12 입력 2019.07.04 23:35 수정
   

여름은 야생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탄생하는 계절입니다. 새로운 생명들의 탄생으로 약동의 기운이 가득한 요즘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한 해 중 가장 바쁘고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의 절반이 지난 현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400여 마리의 어린 동물을 구조했습니다. 정말 많은 숫자이지만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니 더 늘어날 것입니다.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어린 동물들은 어떠한 이유로 구조되는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어린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입니다. 하지만 어린 동물이 부모를 잃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부모 동물이 사고를 당했거나, 부모 동물에게 버려졌다는 오해로 인해 사람에게 납치되거나, 어딘가에 고립돼 부모 동물 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등 다양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야생동물을 위한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많은 오해를 사는 동물, 고라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새끼 고라니는 번식기에 가장 많이 구조되는 포유류입니다. 그 이유는 고라니의 생태적 특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초식동물인 고라니는 태어난 직후 스스로 걸으며 풀을 뜯어먹습니다. 또한 어미가 하루 종일 새끼를 데리고 다니지 않고 하루에 몇 차례씩 새끼를 찾아와 젖을 물리고 다시 새끼 곁을 떠납니다. 그러다보니 탯줄도 마르지 않은 새끼 고라니가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미에게 버려졌다고 오해하고 납치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오해로 인한 납치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발생합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족제비 삼남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족제비 삼남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만약 새끼 고라니가 눈을 뜨지 못한다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라면 구조가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처음 발견하신 곳 주변 안전한 곳에 풀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너구리, 족제비 등의 새끼가 혼자 남아 있다면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런 경우엔 구조가 필요한 상황일 확률이 높습니다. 너구리나 삵, 족제비 등의 새끼는 고라니와 달리 태어난 직후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입니다. 걷는 것은 물론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죠. 조금 더 성장했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동물에게 먹이를 구하는 방법을 배우며 그것이 능숙해지기 전까진 스스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독립을 하기 전까진 부모 동물을 따라다니며 함께 생활합니다. 만약 새끼 너구리, 삵 등을 발견하셨다면 잠시 동안 어미를 기다린 후 나타나지 않는다면 구조를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사고를 당해 폐사한 부모의 사체 주변에 모여 떨고 있는 새끼들을 구조한 사례도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과정 없이 납치를 한 상황이라면 부모를 찾아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로드킬 당한 새끼 너구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로드킬 당한 새끼 너구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가장 큰 문제점은 새끼 동물을 납치한 후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지 않는 것입니다. 연민 혹은 호기심으로 인해 시작한 야생동물 사육의 결과는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사육으로 인해 다리에 다발성 골절이 발생한 생후 1개월 된 너구리, 장기간 사육으로 인해 방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만이 심각한 상태인 오소리 등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방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치료가 이미 늦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야생동물은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아니기에 진심으로 야생동물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리를 두고, 도움을 주어야만 합니다.

3년간 사육된 오소리, 비만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3년간 사육된 오소리, 비만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이외에도 포유류의 주요 조난원인인 차량 충돌 사고, 수로에 추락 후 고립되는 사고, 개에 의한 공격 등을 어린 동물들 또한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어미를 따라 이동하던 새끼 삵은 차량에 충돌해 후지(네발짐승의 뒤쪽 두 다리)가 마비되고, 수로에 빠진 새끼 고라니는 피가 흐르는 발굽으로 어미를 찾아 한없이 뛰어다니고, 태어나자마자 형제자매가 개들에게 잡아먹힌 너구리는 시름시름 앓다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적절한 대처로 어미에게 돌려보낸 새끼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적절한 대처로 어미에게 돌려보낸 새끼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야생의 삶은 어린 생명들이 견뎌내기엔 모질고 잔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도와주십니다. “정말 많이 속을 썩이는 미운 고라니지만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외면할 순 없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하던 농부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를 맞아 시름시름 앓던 새끼 고라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데려와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신고자의 마음도 잊지 않겠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선 어린 조류의 조난원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준석 충남야생동물구조터 재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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