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

2019.07.21 21:46 입력 2019.07.21 21:47 수정

타이태닉도 ‘수면 아래 90%’가 우현을 찢어 침몰

2007년·2011년에도 ‘충돌사고’…늘 경계의 대상

1912년 4월 첫 출항 작전 촬영된 타이태닉호의 모습. 현대 중형 항공모함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1912년 4월 첫 출항 작전 촬영된 타이태닉호의 모습. 현대 중형 항공모함과 비슷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1912년 4월14일 오후 11시40분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항해하던 세계 최대 여객선 타이태닉호 앞에 갑자기 거대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빙산이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 앞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타난 재앙이었다. 전방 감시원은 빙산 출현 사실을 즉시 조타실로 알렸지만 타이태닉호의 덩치는 기민하게 빙산을 피하기에는 너무 컸다. 배수량 5만2000t, 길이 268m로, 요즘으로 따지면 중형 항공모함에 해당하는 거함이 도로 위의 승용차처럼 갑자기 방향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당시 항해 속도가 시속 40㎞ 내외로 배의 속도치고는 빨랐다는 점도 재빠른 진로 변경에 방해물이 됐다. 결과적으로 타이태닉호 우현 측면이 빙산에 긁히듯 충돌했다.

충돌 뒤 손상된 선체 틈으로 유입된 바닷물은 배 내부에 설치된 방수벽을 차례차례 타고 넘어 급속히 타이태닉호를 삼키기 시작했다. 타이태닉호가 북대서양 속으로 완전히 침몰하기까지는 빙산과 충돌한 뒤 2시간4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탑승자 2200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7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한 직후, 이런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한 승객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배의 형상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서 벌어지는 차량 교통사고처럼 빙산이 타이태닉호의 측면을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때리거나 타이태닉호의 진행 방향을 가로막듯이 충돌했다면 승객들이 보이는 곳에서도 배가 상당히 많이 부서진 모습이 관찰됐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바닷물 속에 잠긴 몸통이 선명히 보이는 빙산. 빙산 몸체의 90%가량은 물속에 잠겨 있는 데다 물속으로 갈수록 덩치도 커지기 때문에 선박 안전에 위협이 된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바닷물 속에 잠긴 몸통이 선명히 보이는 빙산. 빙산 몸체의 90%가량은 물속에 잠겨 있는 데다 물속으로 갈수록 덩치도 커지기 때문에 선박 안전에 위협이 된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타이태닉호가 침몰한 것은 빙산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 때문이었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명예교수는 “물속 빙산의 몸체는 물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물 밖으로 드러나는 빙산은 전체의 10%가량이지만 일반적으로 나머지 부위는 물속으로 들어갈수록 원뿔이나 거꾸로 엎어 놓은 깔때기처럼 덩치가 점점 커진다. 수면 밖에선 빙산과 배가 살짝 스치거나 작은 충돌을 한 것처럼 보여도 물속에선 거대한 빙산의 몸체가 선체를 찢어놓을 정도로 강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당시 타이태닉호의 침몰에는 배의 선체를 연결하는 금속못이 튼튼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2008년 미국 연구진이 타이태닉호 잔해에서 수집한 금속못 48개를 분석한 결과,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 강도가 낮아지는 불순물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선박 내 무선통신실의 업무가 빙산 이동경로를 수신하는 것과 같은 공적 업무보다 승객의 개인 연락을 처리하는 데 치우쳐 있었고 타이태닉호에 준비된 구명정도 전체 승객 수에 비해 훨씬 적었다. 모두 100년 전의 사회상에서 볼 수 있었던 한계이지만 지금도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은 경계의 눈초리로 봐야 하는 존재인 점은 분명하다. 2007년 미국 여객선 익스플로러호가 남극해에서 빙하와 충돌하면서 선체에 구멍이 뚫려 승객 150여명이 무사히 구조되기까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가 있었고, 2011년 12월에는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가 남극 대륙 인근 바다에서 빙하와 충돌해 선체가 찢긴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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